7살부터 다닌 태권도, 초4가 되어 처음 1품 심사에 도전했어요

둘째가 지난 토요일 국기원 1품 심사를 보고 왔어요. 아이가 도복을 입고 심사장에 들어가는 모습을 직접 보지는 못했지만, 관장님이 보내주신 사진과 영상을 몇 번이나 다시 봤어요. 품새를 하는 모습이 아직 완벽해 보이지는 않았지만, 많은 사람 앞에서 끝까지 해냈다는 것만으로도 전 너무 기특했어요.
아이는 일곱 살 때부터 태권도를 다녔어요. 그렇다고 태권도를 아주 좋아해서 하루도 빠지지 않고 열심히 다닌 아이는 아니에요. 가기 싫다고 해서 중간에 쉬었던 적도 많았었고, 다시 다니기 시작한 뒤에도 수업보다 친구들과 노는 시간이 더 즐거워 보일 때가 많았어요. 저도 꼭 품을 따야 한다는 생각으로 보낸 건 아니었어요. 집에서 휴대전화만 보는 것보다는 도장에서 친구들과 뛰어놀고 몸이라도 움직이면 좋겠다는 마음이 더 컸어요.
그래서 같은 시기에 시작한 아이들이 먼저 품띠를 따고 다음 단계로 올라가는 모습을 봐도 크게 재촉하지 않았어요. 우리 아이는 조금 느린가 보다 했고, 하기 싫다는 아이를 억지로 끌고 가면서까지 심사를 보게 하고 싶지는 않았거든요. 태권도를 오래 다닌 시간에 비하면 늦은 도전일 수 있지만, 아이마다 마음이 움직이는 시기는 다르다고 생각했어요.
초등학교 4학년이 되면서 아이가 조금 달라졌어요
올해 초등학교 4학년이 되고 나니 아이가 전보다 조금 큰 것처럼 느껴졌어요. 예전에는 새로운 일을 권하면 먼저 싫다고 했는데, 이번에는 1품 심사 이야기를 꺼냈을 때 바로 피하지 않았어요. 정말 해볼 마음이 있는지 다시 물어봤더니 한번 나가보겠다고 하더라고요.
그 말을 듣고 생각보다 마음이 뭉클했어요. 결과가 어떻든 아이가 스스로 해보겠다고 결정했다는 게 기뻤어요. 다른 아이보다 늦었다는 말은 하지 않았어요. 지금이라도 자기 마음으로 도전해보겠다고 한 게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 마구마구 칭찬해 줬어요. 잘해야 한다는 부담보다 끝까지 참여하고 돌아오는 것만으로 충분하다고 말해줬어요.
1장부터 차근차근 다시 연습했어요
심사를 앞두고 아이는 도장에서 태극 1장부터 지금까지 배운 품새를 차례대로 다시 연습했어요. 예전에는 수업 시간에 대충 따라가거나 친구들과 노는 데 더 마음이 가 있던 아이였는데, 이번에는 심사에 나가기로 한 뒤로 조금 달라진 모습이 보였어요. 집에서도 순서를 떠 올리며 앞에서 연습하기도 하고, 잘 기억나지 않는 동작은 다시 물어보면서 자기 나름대로 준비했어요.
저는 처음에 1품 심사면 정해진 품새 하나만 잘하면 되는 줄 알았어요. 그런데 국기원 심사규칙을 찾아보니 1품 심사에서는 당일 지정되는 품새를 수행할 수 있어야 해서, 한두 개만 외우기보다 그동안 배운 품새를 전체적으로 익혀두는 게 필요하더라고요. 실제 심사에서 어떤 품새가 지정되는지는 심사 방식과 지역 운영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니, 다니는 도장에서 안내하는 범위대로 준비하는 게 가장 정확해요.
오후 심사가 더 좋을 수 있다는 말씀도 들었어요
관장님은 너무 이른 오전보다 오후에 심사하는 편이 아이들 컨디션을 맞추기 좋을 수 있다고 말씀하셨어요. 아침 일찍 일어나 서둘러 이동하는 것보다 잠을 충분히 자고, 식사한 뒤 몸을 풀 시간을 가질 수 있다는 현장 경험에서 나온 말씀이었던 것 같아요.
다만 오후에 심사하면 공식적으로 점수를 더 받거나 합격률이 높아진다는 기준은 확인되는 건 없고요. 오히려 대기시간이 길어지면 아이가 피곤해질 수도 있으니 어느 시간이 무조건 좋다고 단정할 수는 없는 것 같아요. 아이의 수면과 식사 시간, 이동 거리와 대기시간을 고려해 컨디션을 잘 맞춰주는 게 더 중요해 보여요.

부모 참관은 못 했지만 사진과 영상으로 지켜봤어요
심사 장소가 협소해 부모 참관이 어렵다는 안내를 받아 저는 함께 가지 못했어요. 아이가 낯선 장소에서 긴장하지는 않을지, 품새 순서를 잊지는 않을지 집에서도 계속 신경이 쓰였어요. 직접 옆에서 볼 수 없으니 기다리는 시간이 더 길게 느껴졌어요.
다행히 관장님이 심사장에서 사진과 영상을 찍어 보내주셨어요. 영상 속 아이는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진지한 표정이었고, 순서에 맞춰 자기 동작을 끝까지 하고 있었어요. 일곱 살 때 도장에서 친구들과 장난치던 모습이 아직 선명한데, 어느새 도복을 갖춰 입고 심사대 앞에 서 있는 걸 보니 많이 컸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이가 돌아온 뒤 어땠냐고 물어보니 처음에는 떨렸는데 막상 하고 나니까 괜찮았다고 했어요. 그 말을 들으면서 경험이 괜히 중요한 게 아니구나 싶었어요. 시작하기 전에는 무섭고 걱정되지만, 한 번 직접 해보고 나면 다음에는 조금 덜 낯설어지잖아요. 이번 심사는 품을 따기 위한 과정이기도 하지만, 아이가 긴장되는 자리에 스스로 서본 경험으로 더 오래 남을 것 같아요.

남들보다 조금 느려도 괜찮다고 말해줬어요
같이 시작한 친구들보다 늦게 1품 심사를 보게 됐지만 저는 그 부분을 아쉽게 생각하지 않으려고 해요. 아이가 준비되지 않았을 때 재촉해서 얻는 결과보다, 늦더라도 자기 마음으로 해보겠다고 나선 오늘이 더 의미 있었어요.
심사가 끝난 뒤에는 정말 잘했다고, 떨렸는데도 끝까지 해낸 게 대단하다고 여러 번 말해줬어요. 동작을 얼마나 정확히 했는지보다 도망가지 않고 자기 차례를 마친 것을 먼저 칭찬했어요. 아이가 다른 사람보다 빠른지가 아니라 어제의 자기보다 한 걸음 앞으로 갔는지를 봐주고 싶었어요.
아이의 성장을 보며 저도 다시 생각했어요
아이를 키우다 보면 부모는 아이에게만 계속 도전하라고 말하게 되는 것 같아요. 조금 힘들어도 해보라고 하고, 실패해도 괜찮으니 시작해 보라고 말하면서 정작 저는 새로운 일을 앞에 두고 망설일 때가 많았던 것 같아요.
요즘 저도 앞으로 어떤 일을 해야 할지 고민이 많았거든요. 해오던 일을 다시 선택해야 할지, 전혀 다른 일을 시작해야 할지 마음이 쉽게 정해지지 않아요. 나이와 체력, 실패할지도 모른다는 걱정 때문에 지원하기도 전에 포기하고 싶을 때도 있었어요.
그런데 오늘 아이가 긴장하면서도 심사장에 들어가 자기 몫을 해낸 모습을 보니 저도 가만히 멈춰 있을 수만은 없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이가 성장하는 만큼 저도 조금씩 성장하고 싶어요. 한 번에 완벽한 선택을 하지 못하더라도, 아이에게 해보라고 말했던 것처럼 저도 작은 도전 하나부터 시작해보려고 해요.

합격 여부보다는 도전하는 아이를 보며..
아직 심사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는 모르지만 오늘 하루만으로도 아이에게는 충분히 큰 경험으로 남은 것 같아요. 하기 싫다며 중간에 쉬기도 했던 태권도를 다시 시작했고, 초등학교 4학년이 되어 자기 마음으로 심사를 선택했고, 긴장되는 순간을 끝까지 견뎌냈어요.
아이를 기다려주는 일이 필요하다는 것과, 조금 늦더라도 스스로 걸음을 내딛는 순간이 온다는 걸 본 날이었어요. 아이의 속도를 다른 아이와 비교하기보다 자기 속도로 나아가는 모습을 오래 응원해주고 싶어요.
그리고 저도 아이에게 부끄럽지 않게 다시 움직여보려고 해요. 아이들이 자라면서 새로운 일에 도전하듯 저 역시 지금의 두려움에만 머물지 않고, 할 수 있는 일부터 하나씩 시작해 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