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하다 보니 기록

아이들 공부만 챙기다가 저도 다시 공부를 시작했어요

livingnote-kr 2026. 6. 17. 20:32

아이들한테는 늘 공부하라는 말을 하면서 정작 저는 공부와 멀어진 지 오래됐어요. 학교를 졸업한 뒤에는 일을 배우고, 결혼하고, 아이들을 키우면서 하루를 보내는 것만으로도 바빴거든요. 첫째가 학교에 들어간 뒤부터는 아이 시험과 숙제는 챙겼지만, 제가 책상 앞에 앉아 무언가를 공부할 일은 거의 없었어요.

그러다 사회복지사 공부를 시작했어요. 자격증 하나를 더 갖고 싶다는 마음도 있었지만, 가장 큰 이유는 앞으로의 삶을 준비하고 싶어서였어요. 이제는 한 가지 직업만 오래 붙잡고 있으면 평생이 안정되는 세상이 아닌 것 같았어요. 회사 사정이 달라질 수도 있고, 내 체력이 예전 같지 않을 수도 있고, 하던 일이 어느 날 갑자기 끝날 수도 있으니까요.

저도 여러 일을 해봤지만 직장을 옮길 때마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기분이 들었어요. 그럴 때마다 지금까지 한 일이 아무것도 남지 않은 것처럼 느껴질 때도 있었고요. 그래서 당장 취업에 도움이 되는지만 보기보다, 나중에라도 제가 선택할 수 있는 길을 하나 더 만들어두고 싶었어요. 사회복지사 공부는 저에게 단순히 자격증을 따는 일이 아니라 제2의 인생을 준비하는 과정에 가까웠어요.

한 가지 일만 바라보기에는 세상이 많이 달라졌어요

제 동생도 저와 함께 사회복지사 공부를 시작했어요. 동생은 먼저 2급 과정을 수료하고 실습을 나갔는데, 실습 현장에서 만난 분들의 이야기가 인상적이었다며 들려주었는데요. 동생이 만난 실습생 중 거의 한 가지 직업만 가진 사람보다 두세 가지 일을 함께 하거나, 다른 일을 하면서 자격증을 준비하는 사람이 많았다고 해요. 전업주부는 동생 한 명뿐이었다고 하더라고요.

물론 한 실습기관에서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라 모든 사회복지사 실습생이 그렇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그 말을 듣고 나니 요즘 사람들이 왜 일을 하면서도 자격증을 준비하는지 조금은 알 것 같았어요. 지금 하는 일이 계속될지 알 수 없고, 수입 하나에만 기대기에는 생활이 불안하니 각자 자기 방식으로 다음 일을 준비하고 있었던 거죠.

예전에는 직업을 하나 정하면 오래 다니는 게 가장 좋은 길이라고 생각했어요. 지금도 한 곳에서 안정적으로 오래 일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현실은 마음처럼 되지 않을 때가 많아요. 그래서 현재 하는 일을 그만두기 위해 공부한다기보다,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 왔을 때 제가 선택할 수 있는 일을 조금이라도 늘려두고 싶은 마음일 거예요. 저 역시도 그렇고요.

일을 마치고 강의를 듣는 게 생각보다 힘들어요

공부를 시작할 때는 강의만 꾸준히 들으면 될 줄 알았어요. 온라인 수업이니 집에서 편하게 들을 수 있고, 시간을 잘 나누면 충분히 할 수 있을 것 같았거든요. 그런데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면 몸부터 눕고 싶고, 저녁을 챙기고 집안일을 조금 하고 나면 책상에 앉는 것조차 귀찮은 날이 많았어요.

강의를 켜놓고 듣다가 졸기도 했고, 어떤 날은 화면만 틀어놓은 채 다른 일을 하기도 했어요. 분명 강의를 들었는데 무슨 내용이었는지 기억이 안 나 다시 돌려본 적도 있었어요. 과제 제출일이 다가오면 미리 해둘 걸 후회하면서 밤늦게까지 자료를 정리했고, 시험 기간에는 외운 내용이 머리에 잘 들어오지 않아 답답했어요.

솔직히 매일 성실하게 공부했다고 말할 수는 없어요. 강의를 밀린 적도 있고, 피곤하다는 이유로 다음 날로 넘긴 적도 많았어요. 그래도 완전히 놓아버리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밀리면 다시 듣고, 이해가 안 되면 자료를 찾아보고, 제출기한만큼은 놓치지 않으려고 했어요. 잘하는 것보다 그만두지 않는 게 지금 저에게는 더 중요했어요.

식탁에서 사회복지사 공부를 하는 엄마와 함께 공부하거나 그림을 그리는 아이들

아이들과 식탁에서 같이 공부하게 됐어요

공부를 시작하고 예상하지 못했던 좋은 점도 있었어요. 첫째 딸이 공부할 때 저도 같은 식탁에 앉아 강의를 듣거나 과제를 하게 된 거예요. 딸은 자기 문제집을 펴고 저는 노트북과 교재를 꺼내놓으니, 서로 하는 공부는 달라도 같은 시간에 각자 할 일을 하게 됐어요.

제가 먼저 공부하라고 잔소리하지 않아도 딸이 책을 펴는 날이 있었고, 제가 과제 때문에 머리를 싸매고 있으면 딸이 엄마도 공부가 어렵냐고 물어보기도 했어요. 그럴 때는 저도 모르는 내용이 많고, 다시 읽어도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있다고 솔직하게 말했어요. 아이들에게 공부하라는 말만 하던 때보다 제가 직접 옆에서 공부하는 모습이 더 도움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첫째와 제가 식탁에 앉아 있으면 둘째도 슬쩍 옆으로 와요. 공부를 하는 건 아니지만 종이와 색연필을 가져와 그림을 그리거나 자기 할 일을 해요. 집 안이 조용하고 모두 무언가에 집중하고 있으니 혼자 큰 소리로 게임을 하기도 조금 어색한가 보더라고요. 휴대폰을 당장 내려놓으라고 말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옆에 앉는 모습을 보면 집 안의 분위기가 아이들에게 주는 영향이 생각보다 크다는 걸 느껴요.

공부하라는 말보다 공부하는 모습을 보여주게 됐어요

예전에는 아이가 숙제를 미루면 왜 해야 할 일을 먼저 하지 않느냐 잔소리부터 시작해서 결론은 큰 소리로 화를 내고 있더라고요. 그런데 제가 공부를 다시 해보니 하기 싫은 마음도 이해가 되고^^; 하루 종일 학교나 학원에 있다가 집에 왔는데 또 책상에 앉으라고 하면 아이도 쉬고 싶었을 거란 이해도 되고요. 저도 일을 마치고 돌아오면 강의보다 소파에 눕고 싶은 마음이 먼저 들었으니까요.

그렇다고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뜻은 아니에요. 다만 아이에게 공부하라고 말할 때 예전보다 조금은 기다려주게 됐던 것 같아요. 엄마도 하기 싫지만 조금만 듣고 쉬겠다고 말하고, 아이에게도 숙제를 끝낸 뒤 편하게 놀자고 이야기해요. 공부가 늘 즐거울 수는 없지만, 하기 싫은 날에도 아주 조금씩 이어가는 모습을 서로 보여주게 됐어요.

아이들도 엄마가 공부한다고 하니 처음에는 신기해했어요. 시험도 보느냐고 묻고, 과제 점수가 나오면 몇 점 받았는지 궁금해했어요. 제가 좋은 점수를 받으면 같이 좋아해 주고, 생각보다 점수가 낮으면 엄마도 다음에는 더 잘하면 된다고 말해주는 든든한 친구 같았어요. 제가 아이들에게 해주던 말을 반대로 듣고 있으니 웃기기도 했어요.

자격증 하나로 모든 것이 해결되지는 않을 거예요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딴다고 바로 좋은 직장이 생기거나 앞으로의 생활이 모두 안정된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실제로 취업하려면 경력과 근무조건도 봐야 하고, 제가 어떤 분야에서 일할 수 있을지도 더 알아봐야 해요. 자격증을 취득한 뒤에도 실무를 배우는 과정이 필요할 거예요.

그래도 공부를 시작하기 전과 지금은 마음이 조금 달라졌어요. 전에는 앞으로 무슨 일을 해야 할지 생각하면 막막하기만 했는데, 지금은 적어도 한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요. 당장 결과가 보이지 않아도 제가 할 수 있는 준비를 하고 있다는 사실이 마음을 조금 붙잡아줘요.

나이가 들어 시작한 공부라 속도가 빠르지는 않아요. 외운 내용을 금방 잊기도 하고, 새로운 용어를 이해하는 데 시간이 걸려요. 거기다 전 2급이 아니라 1급 사회복지사 자격증 시험도 치러야 하죠. 젊었을 때처럼 밤을 새워 공부할 체력도 없고요. 그래도 지금의 저는 예전보다 왜 공부해야 하는지를 분명히 알고 있어요. 누가 시켜서 하는 공부가 아니라 앞으로의 제 삶을 위해 제가 선택한 공부이기 때문에 묵묵히 하려고요.

아이들이 자라는 동안 저도 멈춰 있고 싶지 않아요

아이들은 해마다 학년이 올라가고 몸도 마음도 자라고 있어요. 첫째는 진로를 고민할 나이가 되었고, 둘째도 자기 생각이 점점 분명해지고 있어요. 아이들이 앞으로 나아가는 모습을 보면서 저만 예전 자리에 멈춰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 때가 있었어요.

그래서 저도 아이들이 자라는 동안 제 삶을 조금씩 준비하고 싶었어요. 꼭 거창한 성공을 해야 한다는 뜻은 아니에요. 지금보다 선택할 수 있는 일이 하나 더 생기고, 새로운 일을 시작할 때 겁을 조금 덜 내는 사람이 되고 싶었어요.

식탁에서 딸과 함께 공부하고, 둘째가 옆에서 그림을 그리는 시간을 보면 공부를 시작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강의를 듣다가 졸고, 과제 때문에 힘들어하면서도 이 시간이 저 혼자만의 시간이 아닌, 아이들에게도 엄마가 새로운 일을 배우는 모습을 보여주고, 우리 집에 함께 집중하는 시간을 만들어 준 것 같아요.

완벽하지 않아도 계속해보려고 해요

앞으로도 피곤해서 강의를 미루는 날이 있을 거예요. 일하고 돌아와 아무것도 하기 싫은 날도 있을 테고, 과제가 어렵다며 괜히 시작했나 후회할 때도 있을 거예요. 그래도 여기까지 해온 것처럼 완전히 놓지만 않으려고 해요.

제2의 인생을 준비한다는 말이 조금 거창하게 들릴 수도 있어요. 저에게는 대단한 계획보다 오늘 들어야 할 강의를 듣고, 제출해야 할 과제를 하나씩 끝내는 일이 제2의 인생을 준비하는 방법이에요. 그렇게 쌓인 시간이 나중에 어떤 길로 이어질지는 아직 모르지만, 적어도 아무 준비 없이 불안해하고만 있지는 않으려고 해요.

아이들에게 공부하라고 말하기 전에 저도 제 공부를 이어가려고 해요. 첫째와 같은 식탁에서 각자의 책을 펴고, 둘째가 옆에서 그림을 그리는 지금의 시간이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아요. 아이들이 자기 속도로 자라는 동안 저도 제 속도로 조금씩 성장해보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