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유 1리터가 하루도 못 가는 집, 장을 봐도 금방 없어져요

며칠 전에도 마트에 가서 장을 가득 봐왔거든요. 우유와 계란, 과일, 아이들 간식에 고기와 반찬거리까지 이것저것 담았더니 장바구니가 엄청 무거워서 이 정도면 며칠은 걱정 없겠다 싶었는데, 막상 이틀 정도 지나 다시 문을 열어보니 뭘 해 먹어야 할지 모르겠더라고요.
장을 안 본 것도 아닌데 먹을 게 없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어요. 우유는 하루도 안 돼서 없어지고, 과일은 씻어두면 아이들이 왔다 갔다 하면서 금방 먹어요. 계란도 아침에 먹고 반찬에 쓰고 나면 생각보다 빨리 줄어들고요. 장을 본 날에는 냉장고가 꽉 찬 것처럼 보였는데, 며칠만 지나면 빈 공간이 하나둘 생겨요.
우리 집만 이런가 싶을 때도 있거든요. 우유 1리터를 사다 놓으면 적어도 이틀은 먹을 줄 알았는데, 아이들이 시리얼을 먹고 한 잔씩 따라 마시면 하루도 못 가더라고요. 넉넉하게 두 개를 사면 또 냉장고 자리를 많이 차지하고, 안 사두면 꼭 필요할 때 없어요. 우유 하나를 사면서도 몇 개를 사야 하나 잠깐 고민하게 될 때도 있다니까요.
아이들이 크니 먹는 양부터 달라졌어요
아이들이 어릴 때는 음식을 조금만 차려도 남는 날이 많았거든요. 고기를 구워줘도 몇 점 먹고 그만두고, 과일도 한두 조각이면 충분했어요. 그때는 아이들이 왜 이렇게 안 먹나 걱정을 많이 했는데, 이제는 반대로 넉넉히 준비했다고 생각한 음식이 한 끼에 거의 없어질 때가 있어요.
첫째도 크고 둘째도 먹성이 좋아지니 밥만 먹는 게 아니고요. 학교나 학원에 다녀오면 간식을 찾고, 저녁을 먹은 뒤에도 배가 고프다며 뭔가를 또 찾아요. 빵이나 과자만 계속 줄 수는 없으니 과일이나 우유, 계란처럼 간단히 먹을 것도 사두는데 이런 것들이 먼저 없어져요.
아이들이 잘 먹는 모습은 보기 좋아요. 예전처럼 한 숟가락만 더 먹으라고 따라다니지 않아도 되고, 해준 음식을 맛있게 먹으면 만든 사람도 기분이 좋거든요. 그런데 먹는 양이 늘어난 만큼 장을 보는 횟수와 금액도 같이 늘었어요. 마트에 다녀온 지 며칠 안 된 것 같은데 또 우유와 과일을 사러 가야 하는 일이 반복돼요.
분명 장을 봤는데 저녁엔 먹을 반찬이 없는 웃픈 현실
냉장고 안에 음식이 있다고 저녁 메뉴가 바로 나오는 건 아니잖아요. 우유, 음료, 과일과 간식이 가득해도 정작 저녁에 가족이 같이 먹을 반찬은 없는 날이 있어요. 고기를 사놓았어도 같이 먹을 채소가 부족하고, 채소는 있는데 국이나 찌개에 넣을 재료가 없기도 해요.
마트에 가면 필요한 것만 사야겠다고 생각하지만 막상 둘러보면 하나씩 더 담게 돼요. 아이들이 좋아하는 간식도 보이고, 떨어진 양념도 생각나고, 세일하는 물건을 보면 지금 사두는 게 낫겠다 싶어 담다 보면 예상했던 금액보다 훨씬 많이 나와 있을 때가 많아 당황스럽죠.
집에 와서 영수증을 보면 특별히 비싼 걸 산 것도 아닌데 항상 결제 금액은 커요. 고기와 과일 몇 가지, 우유와 계란, 반찬거리만 담아도 장바구니가 금방 채워지죠. 문제는 돈은 많이 썼는데 며칠 뒤 냉장고를 열면 또 먹을 게 없어 보인다는 거예요.
집밥이 무조건 저렴한 것도 아니더라고요
예전에는 외식이나 배달음식보다 집에서 만들어 먹는 게 무조건 저렴하다고 생각했어요. 물론 같은 음식을 네 식구가 밖에서 사 먹는 것보다는 집밥이 나을 때가 많아요. 하지만 한 끼를 만들기 위해 고기와 채소, 두부, 양념까지 새로 사야 한다면 재료값도 생각보다 만만치 않아요.
특히 평소에 잘 쓰지 않는 재료가 필요한 메뉴는 망설여져요. 한 번 먹으려고 사놓았다가 남은 재료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면 냉장고 안에서 시들거나 유통기한을 넘기기도 하거든요. 버리게 되면 돈을 아끼려고 집에서 만들었다가 오히려 낭비한 것 같은 기분이 들어요.
제가 요리를 아주 다양하게 잘하는 것도 아니라서 만들 수 있는 메뉴에도 한계가 있어요. 아이들이 잘 먹는 반찬을 반복해서 하다 보면 또 같은 거냐는 말을 들을 때도 있고, 새로운 메뉴를 해보면 생각보다 안 먹을 때도 있어요. 먹는 사람 입맛과 재료비, 만드는 시간을 전부 맞추는 게 쉽지 않더라고요.
그렇다고 매일 배달을 시킬 수도 없어요
아무것도 만들기 싫은 날에는 배달앱을 열어보게 되거든요. 메뉴를 고르고 있을 때까지는 편한데 네 식구가 먹을 양을 담다 보면 금액이 금방 커져요. 아이들이 크니 메뉴 하나만 시켜 나눠 먹기도 어렵고, 각자 원하는 음식이 다르면 주문할 것도 늘어나요.
배달음식은 장을 보거나 설거지할 필요가 적어서 편하기는 해요. 하지만 한두 번 시키고 카드 사용 내역을 보면 자주 먹기는 부담스러워요. 그렇다고 매일 집밥을 거창하게 차리기에는 저의 저질 체력과 또 시간도 없고요. 결국 오늘은 무엇을 해먹을지와 그냥 시켜 먹을지 사이에서 매일 비슷한 고민을 하게 돼요.
예전에는 배달음식을 시키면 제가 게으른 것처럼 느껴져 솔직히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해요. 지금은 너무 힘든 날에는 한 끼 정도 도움을 받는 것도 괜찮다고 생각하는데.. 대신 습관처럼 매일 시키지 않도록 냉장고에 있는 재료부터 한 번 확인하고 결정하려고 해요.

결국 잘 먹는 재료를 중심으로 사게 돼요
장을 볼 때마다 완벽한 일주일 식단을 계획하려고 했는데, 실제 생활은 계획대로 되지 않았고요. 갑자기 밖에서 먹게 되는 날도 있고, 아이들이 예상보다 많이 먹는 날도 있고, 사다 놓은 반찬을 아무도 찾지 않는 날도 있었어요.
요즘은 가족이 자주 먹는 재료부터 챙기려고 해요. 우유와 계란, 두부, 김, 국거리, 냉동고기처럼 집에 있으면 어떻게든 한 끼를 만들 수 있는 것들이에요. 거기에 그날 가격이 괜찮은 채소와 과일을 조금씩 더해요. 많이 사두는 게 반드시 절약은 아니어서, 금방 먹을 만큼만 사는 게 오히려 나을 때도 있었어요.
반찬도 매일 여러 가지를 새로 만들려고 하면 제가 먼저 지쳐요. 국이나 찌개 하나에 계란말이나 구운 김처럼 가족이 잘 먹는 반찬을 곁들이는 날도 많아요. 완벽하게 차린 식탁은 아니지만 모두 배부르게 먹고 남는 음식이 적으면 그걸로 괜찮다고 생각하려고 해요.
아이들이 잘 먹는 건 고맙지만 물가가 너무 올랐어요
아이들이 잘 먹고 크는 건 분명 고마운 일이에요. 먹지 않아서 걱정하는 것보다 차려준 음식을 잘 먹는 모습이 훨씬 좋고요. 우유 한 통이 하루도 못 가고 사다 놓은 과일이 금방 없어져도, 아이들이 그만큼 자라고 있다는 뜻일 거예요.
그래도 장을 볼 때마다 금액을 확인하면 놀라는 건 어쩔 수 없어요. 필요한 것만 골랐다고 생각했는데 계산대 금액은 예상보다 높고, 집에 돌아오면 다음 장 볼 목록이 벌써 생겨 있어요. 네 식구가 먹는 일이 생활에서 얼마나 큰 부분을 차지하는지 아이들이 크면서 더 실감하게 됐어요.
앞으로도 장을 완벽하게 잘 보는 방법을 찾지는 못할 것 같아요. 어떤 날은 재료를 남길 수도 있고, 너무 피곤해서 배달음식을 시킬 수도 있어요. 그래도 냉장고에 있는 것부터 확인하고, 우리 가족이 실제로 잘 먹는 재료를 중심으로 사면서 버리는 음식은 조금씩 줄여보려고 해요.
장을 가득 봐왔는데 며칠 지나면 냉장고가 또 비어 있는 것처럼 보여도, 그만큼 네 식구가 함께 먹고 지냈다는 뜻이겠죠. 오늘도 우유와 계란이 떨어졌다는 말을 들으며 다시 내일 장 볼 목록을 적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