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하다 보니 기록

주말근무가 마음에 걸린 건 아이 핑계였을까요?

livingnote-kr 2026. 7. 11. 11:40

전에 면접을 보기로 했다가 취소했던 요양원 공고가 다시 올라온 걸 봤어요. 그냥 넘기면 되는데 이상하게 또 보게 됐습니다. 요양원 근무는 해본 적이 없어서 겁도 나고, 내가 잘할 수 있을까 싶은 마음도 있었어요. 그래도 간호조무사 자격이 있고 병원이나 한의원에서 일했던 경험이 있다 보니 완전히 남의 일처럼 느껴지지는 않았습니다.

층마다 담당 간호조무사가 있고, 저는 한 층을 맡는 구조라고 들었어요. 병원동행도 있고, 욕창이나 상처 드레싱도 있고, 어르신 상태를 살피는 일도 있을 거고요. 기저귀 케어, 목욕, 식사보조 같은 일은 요양보호사 선생님들이 한다고 했지만 요양원이 단순히 정해진 업무만 하고 끝나는 곳은 아닐 거라는 생각은 들었어요. 어르신 보호자와 상담하거나 상태를 설명해야 하는 일도 있을 테고, 보호자 입장에서는 작은 변화 하나도 예민하게 받아들일 수 있으니까요.

업무만 놓고 보면 아주 못 할 일은 아닐 수도 있겠다 싶었어요. 사람을 상대하는 일은 계속해왔고, 병원에서 보호자 응대도 해봤으니까요. 그런데 제 마음에 계속 걸린 건 일이 아니라 근무시간이었어요. 월, 수, 목, 토, 일 이런 식으로 일하고 화요일, 금요일을 쉬는 구조라고 했습니다. 야간근무가 없는 건 다행인데, 주말근무가 한 달에 4~5번 있고 토요일이나 일요일도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라고 하니 마음이 좀 복잡해졌어요.

처음에는 한 달에 4~5번이면 괜찮은 건가 싶었어요. 그런데 다시 생각해보니 주말 9시부터 6시는 생각보다 컸습니다. 6시에 퇴근해도 집까지 차로 30분 정도 걸리면 집에 오면 거의 7시예요. 그때부터 저녁 챙기고 씻고 집안 정리 조금 하면 하루가 다 가 있을 것 같았어요. 일요일 근무가 있는 주에는 바로 다음 날 월요일 출근도 해야 하고요. 머리로 계산해 보니 벌써부터 숨이 조금 막혔습니다.

아이 걱정인지, 내 핑계인지 헷갈렸어요

제일 먼저 떠오른 건 둘째였어요. 초등학생이라 이제 많이 컸다고 볼 수도 있지만, 그렇다고 주말 하루를 완전히 혼자 알아서 보내는 나이는 아니잖아요. 밥은 챙겨 먹을지, 휴대폰이나 게임만 붙잡고 있지는 않을지, 숙제나 준비물은 챙길지 그런 게 자꾸 마음에 걸렸어요. 평일에는 학교라도 가지만 주말은 집에 있는 시간이 길다 보니 엄마가 없는 시간이 더 크게 느껴질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솔직히 저도 제 마음을 의심했어요. 정말 아이 때문에 걱정하는 걸까, 아니면 내가 일을 시작하는 게 무서워서 아이 핑계를 대는 걸까. 둘째도 예전처럼 아주 어린 나이는 아닌데 내가 괜히 걱정을 키우는 건 아닐까. 다른 집 엄마들은 다 어떻게든 일하면서 아이도 챙기고 사는데, 나만 이렇게 망설이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했습니다.

말로는 아이 때문이라고 하지만, 그 안에 제 불안도 분명히 있었어요. 새로운 일을 시작하는 게 무섭고, 그 생활을 오래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고, 들어갔다가 얼마 안 돼 힘들어서 그만두게 되면 어쩌나 하는 마음도 있었거든요. 그러다 보니 혼자 이런 생각까지 했어요. 이게 정말 현실적인 고민인가, 아니면 배가 부른 소리인가. ㅎㅎ 마음은 급한데 막상 선택 앞에서는 자꾸 계산이 많아졌습니다.

공장 일을 낮게 보는 마음은 아니에요

공장 면접도 보려고 하고 있어요. 집에서 가깝고 조건만 보면 현실적으로는 공장이 맞는 선택일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마음이 자꾸 그쪽으로는 잘 안 갔어요. 이 말을 쓰면서도 혹시 공장 일을 낮게 보는 것처럼 보일까 봐 조심스럽습니다. 그런 마음은 정말 아니에요.

공장 일도 쉬운 일이 아니잖아요. 정해진 시간 동안 계속 집중해야 하고, 반복되는 작업을 해내야 하고, 몸도 많이 쓰는 일일 거예요. 그 일을 꾸준히 하는 분들은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제가 그 환경을 오래 버틸 수 있을지 자신이 없었어요. 그동안 제가 해온 일들이 병원, 한의원, 어린이집, 고객응대, 예약관리처럼 사람을 상대하는 일이 많았거든요.

머리로는 “공장이 현실적이지” 하면서도 마음은 자꾸 다른 쪽을 보고 있었던 것 같아요. 공장이 싫다기보다, 내가 해왔던 일과 너무 다른 환경에 들어가는 게 겁났던 것 같습니다. 물론 이것도 핑계일 수 있죠. 저도 알아요. 그래도 일을 오래 하려면 내가 어느 환경에서 덜 무너지는지도 봐야 하지 않을까 싶었어요.

이 나이가 되니 하고 싶은 일만 고를 수는 없었어요

예전 같으면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 되지”라고 생각했을지도 몰라요. 그런데 이제 이 나이가 되니 하고 싶은 일만 고를 수 없다는 걸 많이 느낍니다. 특히 마흔 중반이 넘어가니까 사무직은 면접 기회조차 잘 오지 않았어요. 배울 수 있고, 열심히 할 수 있고, 컴퓨터도 어느 정도 할 수 있고, 요즘은 AI 활용이나 글 작성도 할 수 있는데 그런 걸 보여줄 기회 자체가 별로 없었습니다.

그게 생각보다 많이 속상했어요. 나이가 많다는 이유만으로 이미 걸러지는 느낌이 들 때가 있거든요. 물론 회사 입장에서도 이유가 있겠죠. 오래 다닐 사람을 찾을 수도 있고, 빠르게 배워서 바로 움직일 사람을 원할 수도 있고요. 그런데 한편으로는 “나이 많은 여자들은 자기 고집이 있고, 새로 배우는 걸 잘 따라오지 못할 거야”라는 식의 고정관념도 있는 건 아닐까 싶었습니다.

저는 아직 배울 마음이 있어요. 성실하게 할 수 있고, 면접이라도 보면 설명할 수 있는데 그 문 앞까지 가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더 슬펐던 것 같아요. 내가 일을 안 하려는 게 아닌데,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으려고 하는 건데, 선택지가 점점 좁아지는 느낌이었거든요.

이제는 월급만 보지 않게 됐어요. 같은 월급이면 밥값은 얼마나 나갈지, 교통비는 얼마나 들지, 차로 다니면 기름값은 얼마나 나갈지 먼저 계산하게 됩니다. 집에 늦게 오면 아이 밥은 어떻게 해야 할지도 생각하고요. 월급이 조금 높아 보여도 고정적으로 나가는 돈을 빼고 나면 생각보다 남는 게 없을 수도 있잖아요. 예전에는 이런 계산을 이렇게까지 하지 않았던 것 같은데, 요즘은 일자리 하나를 봐도 머릿속으로 먼저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습니다.

엄마가 다시 일을 시작한다는게...

아이를 키우면서 다시 일을 시작한다는 게 이렇게 복잡한 일인 줄 몰랐어요. 단순히 집에서 가까운지, 월급이 얼마인지, 시간이 몇 시부터 몇 시까지인지 보고 끝나는 게 아니었습니다. 내가 그 일을 하는 동안 집이 괜찮을지, 아이가 흔들리지 않을지, 퇴근하고 와서 다시 엄마 역할을 할 힘이 남아 있을지도 같이 보게 돼요.

주말근무를 하면 평일에 쉬는 날이 생기기는 해요. 그런데 아이 입장에서는 평일 낮에 엄마가 쉬는 것보다 주말에 엄마가 집에 있는 게 더 크게 느껴질 수도 있잖아요. 평일에는 아이도 학교에 가고 일정이 있지만, 주말은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요. 그 시간에 엄마가 없다는 게 아이에게 어떤 영향을 줄지도 생각하게 됩니다.

그렇다고 일을 안 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에요. 그래서 더 마음이 복잡합니다. 일을 해야 하는데, 일을 고르다 보면 자꾸 아이가 걸리고, 아이를 생각하다 보면 내가 핑계 대는 사람처럼 느껴지고요. 어느 쪽으로 생각해도 마음이 아주 편하지는 않았어요.

그래도 요즘은 조금 다르게 생각하려고 합니다. 지금 제가 고민하는 건 일을 하기 싫어서만은 아닌 것 같아요. 오래 버틸 수 있는 일을 찾고 싶은 마음, 아이 생활을 완전히 무너뜨리지 않고 싶은 마음, 다시 시작했다가 금방 그만두고 싶지 않은 마음이 다 섞여 있는 거겠죠.

※ 글의 분위기를 표현하기 위해 제작한 참고 이미지입니다.

일단 하나씩 확인해 보려고요

아직 뭐가 정답인지는 모르겠어요. 요양원이 맞는지도 모르겠고, 공장이 맞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어떤 일은 주말근무가 걸리고, 어떤 일은 몸이 걱정되고, 어떤 일은 감정노동이 걱정돼요. 이렇게 말하다 보면 정말 제가 너무 고르는 게 많은 사람처럼 보일 수도 있겠죠. 저도 가끔은 “이게 배가 부른 건가?” 하고 혼자 웃습니다.

그렇지만 이번에는 너무 급하게 결정하지는 않으려고 해요. 공장 면접도 보고, 요양원 조건도 다시 확인해 보고, 제가 실제로 버틸 수 있는 일인지 하나씩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요양원이라면 주말근무가 토요일과 일요일 연속으로 들어가는지, 보호자 상담은 어느 정도 해야 하는지, 한 층에 어르신이 몇 분 정도 계신지, 처음 근무할 때 인수인계는 충분히 받을 수 있는지 꼭 물어보려고요.

이번에 느낀 건 하나예요. 엄마가 다시 일을 구한다는 건 단순히 이력서를 넣고 면접을 보는 일이 아니었습니다. 내 몸도 봐야 하고, 마음도 봐야 하고, 아이도 봐야 하고, 집안 리듬도 같이 봐야 하더라고요. 남들이 보기에는 그냥 일 하나 고르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제 안에서는 생각보다 많은 계산이 오가고 있었어요.

요즘 취업성공기를 적는 분들이 많던데, 저는 아직 성공기는 아니에요. 아직 면접도 보고 있고, 마음도 계속 흔들리고 있고, 어떤 일을 선택해야 할지도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제가 취업하고 어느 정도 안정적으로 근무할 때까지 이 과정을 한 번 쭉 적어보려고요. 나중에 돌아봤을 때 “아, 그때 내가 이렇게 고민했었구나” 하고 볼 수도 있을 것 같고, 혹시 저처럼 다시 일을 구하는 엄마가 있다면 조금은 공감할 수도 있을 것 같아서요.

너무 오래 맴돌지만은 않으려고 합니다. 걱정이 많다고 계속 제자리만 보고 있을 수는 없으니까요. 일단 하나씩 직접 확인해보고, 아닌 건 아닌 걸로 정리하고, 할 수 있는 건 해보는 쪽으로 가보려고요. 이번에는 너무 겁먹지도 말고, 그렇다고 아무 데나 급하게 들어가지도 말고, 제 생활과 아이를 같이 생각하면서 결정해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