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하다 보니 기록

일 끝나고 집에 왔는데, 엄마, 아내 일은 또 시작이더라고요

livingnote-kr 2026. 7. 14. 21:27

물류센터 알바를 끝내고 집에 올 때면 발바닥이 정말 아파요. 그냥 피곤한 정도가 아니라 걸을 때마다 발바닥이 욱신거려서 저도 모르게 절뚝거리게 됩니다. 일할 때는 정신이 없어서 잘 모르는데, 퇴근하고 나서 집으로 걸어오는 길에 몸이 하나씩 말을 하기 시작해요. 발바닥도 아프고, 다리도 무겁고, 어깨도 뻐근하고요.

그럴 때는 집에 가서 제일 먼저 씻고 싶습니다. 땀도 나고 먼지도 묻은 것 같고, 몸이 찝찝하니까 아무 생각 없이 샤워부터 하고 싶어요. 그런데 집 문을 열면 그게 마음처럼 안 됩니다. 오늘도 일은 끝났다고 생각하고 들어왔는데, 집 안에 들어오는 순간 또 다른 일이 시작되는 느낌이에요.

둘째가 집에 오자마자 샤워한다고 아무렇게나 벗어놓은 옷가지가 보이고, 간식 먹은 그릇도 보이고, 바닥에 떨어진 것들도 눈에 들어옵니다. 씻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은데, 그걸 그대로 두고 욕실로 들어가기가 또 쉽지 않아요. 결국 씻기도 전에 옷부터 주워 담고, 그릇부터 치우고, 집 안을 한 번 정리하게 됩니다.

몸은 이미 밖에서 다 쓰고 왔는데 집에 와서도 바로 멈출 수가 없어요. 엄마라는 게 그런 건가 싶다가도, 몸이 너무 힘든 날에는 솔직히 서운한 마음이 먼저 올라옵니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제가 먼저 치우고 있고, 제가 먼저 움직이고 있고, 그러다 보면 “나는 언제 쉬지?” 하는 생각이 들어요.

씻기도 전에 집안일부터 보이는 날

집에 오면 샤워를 먼저 하고 싶지만 현실은 집안일부터 보입니다. 싱크대에 뭐가 있는지, 아이들이 뭘 먹었는지, 냉장고에 저녁거리는 있는지, 빨래는 돌려야 하는지 그런 것들이 한꺼번에 들어와요. 그냥 모른 척하고 씻으러 들어가면 되는데, 눈에 보이면 또 마음이 불편합니다.

특히 물류센터 다녀온 날은 발바닥이 너무 아파서 서 있는 것 자체가 힘들 때가 있어요. 그런데도 씻고 나와서 저녁을 준비해야 합니다. 아이들 밥 먹이고, 반찬 꺼내고, 부족하면 뭐라도 더 해서 먹이고요. 아이들이 알아서 먹는다고 해도 엄마 눈에는 늘 부족해 보이잖아요. 제대로 먹었나, 대충 먹고 말았나, 간식만 먹은 건 아닌가 자꾸 보게 됩니다.

저녁을 차리고 아이들을 먹이고 나면 이제 좀 끝났나 싶어요. 그런데 늦게 퇴근하는 신랑 저녁이 또 따로 남아 있습니다. 남편도 밖에서 일하고 오니까 힘든 건 알아요. 그걸 모르는 건 아닙니다. 그래서 웬만하면 따로 밥도 차려주고, 필요한 것도 챙겨주려고 해요.

그런데 몸이 힘든 날에는 그게 참 다르게 느껴집니다. 평소에는 그냥 하던 일도, 제가 너무 지쳐 있는 날에는 하나하나가 서운하게 다가와요. 물 한 잔 가져다주는 것도, 약 챙겨주는 것도, 밥 차려주는 것도 평소에는 그냥 넘기던 일인데 그날은 마음속에서 자꾸 걸렸습니다.

남편도 힘든 건 아는데, 나도 힘든 날이 있어요

남편은 집에 오면 물부터 저한테 시킬 때가 많아요. 물 좀 가져와라, 약 좀 가져와라, 이것 좀 해달라, 저것 좀 해달라. 예전부터 그런 사람이었고, 제가 또 큰소리 나는 게 싫어서 그냥 해주고 넘어간 적이 많았습니다. 싸우기 싫으니까요. 말해서 분위기 안 좋아지는 것보다 내가 하고 말지 싶을 때가 많았어요.

그런데 문제는 제가 몸이 힘든 날이에요. 제가 하루 종일 편하게 있었으면 또 모르겠는데, 발바닥이 아파서 절뚝거리며 집에 들어온 날에도 똑같이 모든 게 저에게 오는 느낌이 들면 마음이 확 상합니다. 남편도 힘든 건 아는데, 나도 힘들다는 걸 조금은 알아줬으면 하는 마음이 생겨요.

밥을 다 먹고 나서 “잘 먹었다” 하고 바로 안방 침대로 들어가는 모습도 그날은 유독 보기 힘들었습니다. 자기가 먹은 그릇 하나 설거지하는 것까지 바라지도 않았어요. 그냥 싱크대 안에라도 넣어두면 좋겠는데, 그것도 그대로 두고 들어가니까 마음이 참 그렇더라고요.

더 웃긴 건 아이들한테는 엄청 잔소리를 한다는 거예요. 정리해라, 치워라, 왜 이렇게 해놨냐 이런 말을 하면서 정작 본인이 먹은 그릇은 그대로 두고 들어가면 저는 속으로 말이 많아집니다. 아이들한테만 말할 게 아니라 어른인 본인부터 보여줘야 하는 거 아닌가 싶고요.

큰소리 내기 싫어서 그냥 해왔던 것들

사실 이런 일이 하루 이틀은 아니에요. 원래 그런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넘긴 적도 많습니다. 괜히 말 꺼냈다가 큰소리 나는 것도 싫고, 싸움으로 번지는 것도 싫어서 그냥 제가 하고 말았어요. 그릇도 제가 치우고, 물도 제가 가져다주고, 약도 제가 챙기고, 집안일도 그냥 보이는 사람이 하는 거라고 생각하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가끔은 그런 생각이 들어요. 내가 계속해주니까 당연한 일이 되어버린 건 아닐까. 내가 아무 말 안 하고 넘겼기 때문에, 이 사람은 내가 힘든 줄 모르는 걸까. 아니면 알아도 모른 척하는 걸까. 이런 생각이 들면 마음이 더 복잡해집니다.

나이가 들수록 서로 조금은 더 알아서 움직여줬으면 좋겠는데, 오히려 더 익숙한 방식으로 굳어지는 느낌이 들 때가 있어요. 남편도 밖에서 일하느라 힘든 건 알지만, 집 안에서도 누군가는 계속 움직이고 있다는 걸 조금은 봐줬으면 하는 마음이 있습니다.

저도 완벽한 사람은 아니에요. 저도 피곤하면 말이 곱게 안 나가고, 아이들에게 짜증 낼 때도 있고, 집안일을 미뤄둘 때도 있습니다. 그런데 적어도 먹은 그릇 하나쯤은 싱크대에 넣어줄 수 있지 않나 싶었어요. 그게 그렇게 큰일은 아니잖아요.

어제는 결국 짜증을 내버렸어요

어제는 결국 제가 참지를 못했습니다. 남편이 밥을 먹고 또 그대로 두고 들어가려는 것 같아서, 저도 모르게 팩 하고 말이 나왔어요. “좀 먹었으면 설거지통에라도 담가놔” 하고요. 말투가 좋지는 않았습니다. 저도 알아요. 그런데 그 순간에는 너무 서운하고 화가 났어요.

남편은 어이없다는 듯이 한참 저를 보더라고요. 갑자기 왜 저러나 싶은 표정이었어요. 그 표정을 보니까 또 마음이 묘했습니다. 나는 하루 종일 쌓이다가 겨우 한마디 한 건데, 저 사람 입장에서는 갑자기 제가 예민하게 구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겠구나 싶었어요.

그래도 결국 밥그릇이랑 국그릇은 설거지통에 담그고 들어갔습니다. 아주 큰 변화는 아니죠. 그냥 그릇 두 개 옮긴 것뿐이에요. 그런데 저는 그 장면을 보면서도 마음이 개운하지 않았습니다. 내가 이렇게 말해야만 움직이는 건가 싶기도 하고, 또 말하고 나니 괜히 분위기만 안 좋아졌나 싶기도 했어요.

사소한 일인데 사소하게 느껴지지 않는 날이 있습니다. 평소 같으면 그냥 내가 하고 말지 했을 일인데, 몸이 너무 힘든 날에는 그게 마음에 크게 박혀요. 발바닥이 아프고, 다리는 무겁고, 씻지도 못한 상태에서 집안일을 하고 있는데 누군가 아무렇지 않게 “물 가져와”라고 하면 그 말 하나가 욱 하게 만들더라고요.

결국 엄마의 퇴근은 집에 와도 끝나지 않죠

요즘 들어 그런 생각을 많이 합니다. 밖에서 일하고 집에 오면 퇴근한 줄 알았는데, 엄마의 퇴근은 집에 와도 끝나지 않는구나 하고요. 물류센터에서는 박스를 정리하고, 집에 오면 옷가지와 그릇을 정리합니다. 밖에서는 라인이 막히지 않게 보다가, 집에서는 하루가 무너지지 않게 계속 움직이는 느낌이에요.

누가 알아달라고 일을 하는 건 아닌데, 그래도 가끔은 알아줬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힘들었지?” 한마디만 들어도 마음이 조금 풀릴 때가 있잖아요. 꼭 집안일을 다 대신해 달라는 게 아니라, 내가 당연하게 해주는 일들이 사실은 당연한 게 아니라는 걸 알아줬으면 하는 마음이에요.

저도 가족들이 미운 건 아니에요. 아이들도 아직 크는 중이고, 남편도 자기 일로 지친 사람이겠죠. 그런데 저도 지치는 날이 있습니다. 그걸 말하지 않고 참고 넘기다 보면 어느 날 그릇 하나, 물 한 잔, 벗어놓은 옷 하나에 마음이 정말 터지는 것 같아요.

어제 제가 짜증을 낸 것도 결국 그릇 때문만은 아니었을 거예요. 하루 종일 쌓인 피곤함, 집에 와도 끝나지 않는 일, 혼자만 계속 움직이는 것 같은 마음이 한꺼번에 올라왔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작은 말 하나가 크게 나갔던 거겠죠.

그래도 오늘도 어떻게든 하루는 지나갑니다

아침이 되면 또 어제 일이 조금은 희미해지겠죠? 화가 완전히 사라지는 건 아닌데, 또 하루가 시작되니까 움직이고, 아이들 챙기고, 집안일 보고, 일자리도 보고, 알바 갈 준비도 합니다. 그렇게 또 하루가 굴러갑니다.

요즘 제 생활은 정말 특별할 게 없어요. 일하고, 집에 오고, 씻고, 밥하고, 치우고, 다시 자고. 그런데 그 안에서 마음은 참 자주 흔들립니다. 내가 너무 예민한 건가 싶다가도, 아니지 나도 힘든데 싶고, 그러다가 또 그냥 넘기자 싶고요.

그래도 이제는 조금씩 말해보려고 합니다. 큰소리 내자는 뜻은 아니고, 내가 힘든 걸 너무 당연하게 숨기지만은 않으려고요. 먹은 그릇 하나 설거지통에 담그는 일부터라도 말입니다. 아주 작은 일이지만, 저에게는 그런 작은 일들이 모여서 하루를 조금 덜 무겁게 만들어줄 것 같아요.

오늘도 발바닥은 아프고, 집에는 할 일이 남아 있겠죠. 그래도 어제처럼 혼자 속으로만 삼키지는 않으려고 합니다. 엄마도 일하고 오면 힘들다는 걸, 집에 와서도 바로 다시 움직이기 쉽지 않다는 걸 조금씩은 보여주고 말해보려고요. 뭐 당장 바뀌진 않겠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