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하다 보니 기록

2년 전 물병을 찾아온 아들을 보며 웃었어요

livingnote-kr 2026. 7. 15. 15:53

아들을 키우다 보면 하루에도 몇 번씩 같은 말을 하게 됩니다. 우산 챙겼어? 물병 챙겼어? 태권도 가방은? 옷은? 양말은? 처음에는 한두 번 말하면 되겠지 싶었는데, 초등학생이 된 지금도 이 말은 거의 매일 반복되는 것 같아요.

특히 비 오는 날은 더 신경이 쓰입니다. 우산은 하나만 있으면 안 되고, 집에 여분도 있어야 해요. 학교에 두고 오고, 태권도에 두고 오고, 차에 두고 내리고, 어디에 두고 왔는지도 모르는 날이 많거든요. 어쩔 때는 학교 끝날 시간쯤 일부러 전화를 합니다. “우산 챙겨라, 물병 챙겨라, 가방 보고 나와라” 이렇게요.

그런데 제가 바빠서 전화를 못 하는 날은 어김없이 뭔가 하나를 두고 옵니다. 신기할 정도예요. 전화하면 챙겨 오고, 전화 안 하면 놓고 오고요. 엄마가 리모컨도 아니고 매번 눌러줘야 작동하는 건가 싶을 때가 있습니다. ㅎㅎ

태권도 밴드에 올라오는 잃어버린 물건들

태권도 밴드에 관장님이 잃어버린 물건 사진을 올려주실 때가 있어요. 누가 두고 간 옷, 양말, 물병 같은 것들이 올라오는데 이상하게 거기에는 꼭 아들 물건이 있습니다. 티셔츠도 있고, 양말도 있고요. 사진을 보자마자 “이거 우리 애 거 같은데?” 하고 보면 역시나 맞을 때가 많아요.

처음에는 너무 답답해서 한숨이 나왔습니다. 대체 왜 이렇게 정신이 없는 걸까. 왜 자기 물건을 이렇게 못 챙길까. 학교에서도 그렇고 태권도에서도 그렇고, 어디를 가든 뭔가 하나씩 두고 오는 것 같았어요. 엄마 입장에서는 잃어버린 물건보다 그 습관이 더 걱정되더라고요.

그렇다고 매번 화만 낼 수도 없어요. 화를 내면 그때는 “알았어” 하는데, 돌아서면 또 잊어버립니다. 저도 말하면서 느껴요. 이 말 지금 몇 번째 하는 거지? 그런데 아이는 또 너무 해맑게 듣고 있어서, 화를 내다가도 맥이 풀릴 때가 있습니다.

얼마 전에는 2년 전 물병을 찾아왔어요

얼마 전에는 아들이 아주 신이 나서 물병을 들고 왔어요. 처음에는 그냥 평소 쓰던 물병인가 했는데 가만히 보니까 아니더라고요. 어디서 많이 본 물병인데, 기억을 더듬어보니 2학년 때 한 번 쓰고 사라졌던 물병이었습니다.

제가 너무 놀라서 “어머, 이걸 어떻게 찾아왔어?” 하고 물었어요. 그랬더니 아들이 아주 밝은 얼굴로 지금 담임선생님이 찾아주셨다고 하더라고요. 자기가 2년 전에 잃어버린 물병을 찾았다면서 얼마나 신나게 말하던지요.

그 모습을 보는데 남편이랑 저랑 둘 다 어이가 없어서 웃었습니다. 2년 전 물병을 지금 찾아온 것도 웃기고, 그걸 또 보물 찾은 사람처럼 신나게 들고 온 아들도 웃기고요. 아이는 정말 뿌듯해 보였어요. 마치 대단한 걸 해낸 사람처럼요.

솔직히 엄마 입장에서는 “이게 웃을 일인가, 걱정할 일인가” 싶을 때가 있습니다. 물건을 자꾸 잃어버리는 게 그냥 덜렁대는 성격인지, 아니면 내가 더 신경 써서 봐줘야 하는 부분인지 헷갈릴 때도 있어요. 너무 자주 반복되면 걱정이 되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런데 핸드폰은 한 번도 안 잃어버렸어요

그런데 또 웃긴 게 있습니다. 그렇게 우산도 두고 오고, 물병도 두고 오고, 태권도 옷도 두고 오면서 핸드폰은 단 한 번도 잃어버린 적이 없어요. 이게 정말 웃기면서도 살짝 얄밉습니다. ㅎㅎ

자기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건 절대 안 잃어버리는 거죠. 결국 못 챙기는 게 아니라 관심이 덜한 건가 싶기도 합니다. 우산은 잊어도 핸드폰은 챙기고, 물병은 두고 와도 핸드폰은 손에 꼭 쥐고 있고요. 그걸 보면 또 마음이 복잡해집니다.

핸드폰을 안 잃어버리는 건 다행인데, 그만큼 핸드폰을 제일 소중하게 여기는 것 같아서 그건 또 문제입니다. 엄마 마음이라는 게 참 이상해요. 잃어버리면 걱정이고, 너무 잘 챙겨도 또 걱정이에요.

걱정되다가도 결국 웃게 되는 아이

아들이 물건을 자꾸 두고 오는 걸 보면 걱정이 됩니다. 대체 왜 이렇게 정신이 없을까 싶고, 조금 심하게 말하면 어디 하나 빠진 건가 싶은 생각도 해본 적이 있어요. 물론 진짜로 그렇게 생각한다기보다, 너무 반복되니까 답답해서 드는 마음입니다.

그런데 또 아이를 보고 있으면 마냥 혼내기도 어렵습니다. 워낙 밝고 해맑아요. 자기가 2년 전 물병을 찾아온 것도 너무 신나게 말하고, 잃어버린 물건을 찾으면 세상 큰일 해결한 것처럼 좋아합니다. 그 모습을 보면 저도 모르게 웃게 돼요.

내 아들이라 그런지 몰라도 그런 모습이 귀엽기도 합니다. 물론 귀엽다고 그냥 넘어갈 수만은 없죠. 안 되는 부분은 매일 알려주고, 자기 물건은 자기가 챙겨야 한다고 계속 이야기합니다. 그런데 아이는 뒤돌아서면 또 잊어버려요. 정말 못 말리는 아들입니다.

저도 어릴 때를 생각해보면 그렇게 야무진 아이는 아니었던 것 같아요. 저도 물건 잘 잃어버리고, 정신없이 다니고, 엄마한테 잔소리 많이 들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아들을 보면서 답답하다가도 한편으로는 “나도 저랬겠지” 싶을 때가 있어요. 이건 안 비밀입니다. ㅎㅎ

조금씩 나아지겠지 믿어보려고요

아이 물건을 어디까지 챙겨줘야 하는지는 아직도 어렵습니다. 제가 다 챙겨주면 아이가 스스로 할 기회를 놓치는 것 같고, 그렇다고 손을 놓으면 우산이며 물병이며 여기저기 두고 오니까요. 엄마 마음은 늘 그 사이에서 왔다 갔다 합니다.

그래도 요즘은 조금씩 믿어보려고 합니다. 아직은 덜렁대고, 잊어버리고, 챙겨야 할 게 많지만 나이가 들면서 조금씩 좋아지지 않을까 하고요. 물론 그냥 믿기만 하지는 않을 거예요. 매일 말하고, 챙기는 습관도 같이 만들어가야겠죠.

우산을 챙기고, 물병을 챙기고, 태권도 가방을 챙기는 일은 어른에게는 별것 아닌 일처럼 보일 수 있지만 아이에게는 아직 연습이 필요한 일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엄마 입장에서는 답답하지만, 아이도 자기 방식대로 조금씩 배우고 있는 중이겠죠.

오늘도 아마 저는 학교 끝날 시간쯤 한 번쯤 전화를 할지도 모릅니다. “우산 챙겨라, 물병 챙겨라” 하고요. 그러다 또 어느 날은 바빠서 전화를 못 하고, 그날은 어김없이 뭔가 하나를 두고 올지도 모르죠.

그래도 너무 걱정만 하지는 않으려고요. 밝고 해맑은 아이니까, 그리고 자기가 정말 소중하게 생각하는 건 또 기가 막히게 챙기는 아이니까요. 언젠가는 우산도, 물병도, 자기 가방도 핸드폰만큼 잘 챙기는 날이 오겠죠. 그렇게 믿고 조금 더 지켜보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