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하다 보니 기록

아이들을 끼고 돈다는 남편의 말이 서운했어요

livingnote-kr 2026. 7. 17. 21:47

가끔 남편은 제가 아이들을 너무 끼고돈다는 식으로 말할 때가 있어요. 그 말을 들으면 웃고 넘길 때도 있지만, 어떤 날은 마음이 조금 서운합니다. 내가 정말 아이들을 너무 붙잡고 있는 걸까. 이제는 조금 내려놓아도 되는데, 나 혼자 불안해서 그러는 걸까. 그런 생각이 들 때도 있어요.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면 저는 그냥 아이들을 내 옆에만 두고 싶은 게 아니었습니다. 제가 어릴 때 받았던 그 시간을 아이들에게도 조금은 주고 싶었던 것 같아요. 집에 돌아왔을 때 엄마가 있고, 밥이 있고, 오늘 있었던 일을 말할 수 있는 그런 시간 말입니다.

저는 어릴 때 엄마가 집에 항상 계셨어요. 제가 중학생쯤 되었을 때부터 일을 하셨던 걸로 기억하는데, 그전까지는 집에서 저희를 챙겨주셨습니다. 학교 끝나고 집에 가면 엄마가 있었고, 밥도 차려주고, 맛있는 간식도 챙겨주고, 숙제도 봐주셨어요.

그때는 그게 당연한 줄 알았습니다. 집에 가면 엄마가 있는 것, 밥 냄새가 나는 것, 숙제하다가 모르는 걸 물어볼 사람이 있는 것, 간식 먹으면서 오늘 있었던 이야기를 하는 것. 그게 얼마나 큰 안정감이었는지 그때는 몰랐어요.

어릴 때 엄마가 집에 있던 시간이 아직도 기억나요

나이가 들고 아이를 키워보니 그 시간이 참 그립습니다. 엄마가 엄청 특별한 걸 해준 건 아니었어요. 그냥 집에 계셨고, 밥을 챙겨주셨고, 저희가 학교에서 돌아오면 맞아주셨습니다. 그런데 그 평범한 시간이 제 마음속에는 아주 크게 남아 있어요.

저는 아직도 힘들 때 엄마가 차려주던 밥상이 떠오릅니다. 보글보글 끓던 찌개, 김치볶음, 따뜻하게 데운 두부 같은 것들이요. 대단한 음식이 아니었는데도 이상하게 오래 기억에 남아 있습니다. 그 밥상을 먹으면 잠깐은 괜찮아지는 느낌이 있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그런가 봐요. 저도 우리 아이들에게 그런 시간을 만들어주고 싶었습니다. 엄마가 늘 완벽하게 잘해주는 건 아니더라도, 아이들이 집에 왔을 때 “엄마가 있네” 하고 느낄 수 있는 시간. 밥 먹으면서 하루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시간. 그런 걸 아이들에게 남겨주고 싶었어요.

물론 현실은 마음처럼 되지 않습니다. 저도 일해야 하고, 돈도 벌어야 하고, 몸이 힘들면 짜증도 내고, 아이들에게 잔소리도 합니다. 매일 따뜻한 엄마로만 살 수는 없어요. 그래도 방향은 놓치고 싶지 않았습니다.

남편은 자기 시간이 많았고, 저는 아이들과 있는 시간이 많았어요

남편은 주중에는 일하고, 주말에는 본인이 좋아하는 취미생활을 하러 나가는 일이 많았습니다. 오토바이를 타러 1박 2일로 나가기도 하고, 사람들을 만나러 다니기도 했어요. 이게 결혼하고 나서 갑자기 생긴 일이 아니라 신혼 때부터 그랬습니다.

처음에는 정말 많이 싸웠어요. 무슨 결혼한 남편이 주말마다 취미생활이냐, 아이들은 누가 보냐, 나는 언제 쉬냐 이런 걸로 많이도 다퉜습니다. 신혼 때도 그랬고, 아이들이 어릴 때는 더 많이 싸웠던 것 같아요.

그때는 서운한 마음이 컸습니다. 남편은 자기 시간이 있는 것 같은데, 저는 아이들과 집안일 안에서만 계속 돌고 있는 느낌이었거든요. 물론 아이들과 있는 시간이 싫었다는 뜻은 아니에요. 그런데 그 모든 시간이 너무 당연하게 제 몫으로 오는 것 같을 때가 있었습니다.

시간이 오래 지나니까 이상하게 익숙해지더라고요. 이제는 남편이 주말에 집에 있으면 오히려 어색하고 답답하게 느껴질 때도 있습니다. 참 웃기죠. 그렇게 싸우고 속상해하던 일이 어느새 생활의 일부처럼 되어버렸습니다.

아이들이 아플 때도 거의 제 몫이었어요

아이들이 어릴 때는 봐줄 사람이 마땅히 없었습니다. 그래서 거의 모든 걸 제가 맡아서 했어요. 병원에 입원하면 간병도 제가 했고, 아이가 아프면 밤새 옆에 있는 것도 제 일이었습니다. 남편이 잠깐 와서 필요한 물건만 주고 가면 저는 다시 병실에 남아 아이를 돌봤어요.

큰애가 아프면 둘째를 데리고 병실에 있어야 했고, 둘째가 아프면 큰애도 같이 병실에서 지내야 했습니다. 병실에서 숙제하고, 밥 먹고, 씻고, 자고, 아침이 되면 학교에 가고요. 지금 생각하면 정말 어떻게 그렇게 살았나 싶어요.

그때는 그냥 해야 하니까 했습니다. 선택지가 많지 않았어요. 아이가 아프면 엄마가 있어야 했고, 학교 갈 아이는 또 학교에 보내야 했고, 밥도 먹여야 했고, 병원비도 걱정해야 했습니다.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하루가 그렇게 굴러갔습니다.

그런 시간을 지나오다 보니 아이들 곁에 있는 시간이 저에게 더 중요해진 것 같아요. 처음에는 맡길 사람이 없어서 붙어 있었던 시간도 많았지만, 지나고 보니 그 시간이 제 마음에도 많이 남았습니다. 힘들었지만, 그래도 엄마가 옆에 있었다는 기억만큼은 아이들에게도 남았으면 좋겠어요.

제가 아이들을 끼고도는 걸까요?

가끔은 저도 스스로에게 묻습니다. 내가 아이들을 너무 끼고도는 걸까? 이제는 조금 내려놓아도 되는데 괜히 내가 불안해서 붙잡고 있는 걸까. 남편 말처럼 너무 아이들 중심으로만 생각하는 걸까 하고요.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저는 아이들이 집에 있는 시간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아직 초등학생일 때는 더요. 아이들이 엄마를 하루 종일 붙잡고 있는 건 아니지만, 집에 돌아왔을 때 엄마가 보이는 시간, 같이 밥 먹는 시간, 별말 안 해도 같은 공간에 있는 시간은 아이 마음에 쌓인다고 믿고 있습니다.

모든 엄마가 꼭 그래야 한다는 뜻은 아니에요. 각자 상황이 다르고, 일해야 하는 이유도 다르고, 아이를 키우는 방식도 다르니까요. 저도 현실적으로 일을 해야 하는 사람입니다. 그래서 요즘도 여러 가지를 해보고 있고, 제 자리에서 버티려고 하고 있어요.

다만 제가 아이들 시간을 자꾸 마음에 두는 이유는 분명히 있습니다. 어릴 때 엄마에게 받았던 기억 때문이고, 아이들이 어릴 때 대부분의 시간을 제가 감당해 왔던 기억 때문이고, 또 우리 아이들에게도 그런 안정감을 조금은 주고 싶은 마음 때문입니다.

※ 글의 분위기를 표현하기 위해 제작한 참고 이미지입니다.

대단한 엄마가 되고 싶은 건 아니에요

제가 아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건 그렇게 거창한 게 아닙니다. 엄청 좋은 곳에 데려가고, 비싼 걸 사주고, 매번 특별한 추억을 만들어주고 싶은 게 아니에요. 그냥 집에 왔을 때 따뜻한 밥이 있고, 엄마가 “왔어?” 하고 말해주고, 아이가 오늘 있었던 일을 이야기할 수 있는 분위기면 좋겠습니다.

제가 어릴 때 엄마에게 받았던 것도 그런 거였거든요. 밥, 간식, 숙제 봐주던 시간, 학교에서 돌아왔을 때 집에 있던 엄마. 그때는 몰랐지만 지금 생각하면 그게 저를 많이 단단하게 해 준 것 같습니다.

저도 엄마처럼 음식을 잘하는 사람은 아니에요. 그리고 늘 다정한 엄마도 아닙니다. 피곤하면 짜증도 내고, 아이들에게 잔소리도 많이 해요. 그런데 그래도 아이들 곁에 있으려고 애썼던 엄마로는 기억되고 싶습니다.

나중에 아이들이 커서 힘든 날이 왔을 때, 엄마가 차려주던 평범한 밥상이나 같이 보냈던 주말을 떠올리며 잠깐이라도 버틸 힘을 얻었으면 좋겠어요. 제가 그랬던 것처럼요.

그래서 이 마음은 너무 부정하지 않으려고요

예전에는 제가 아이들에게 너무 매달리는 건가 싶을 때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이 마음을 너무 부정하지 않으려고요. 저는 제 방식대로 아이들을 키워왔고, 그 안에서 지키고 싶은 것이 있었습니다.

아이들과 저녁을 먹는 시간, 주말에 같이 있는 시간, 집에 돌아왔을 때 엄마가 있는 기억. 대단한 건 아니지만 저는 그런 시간이 아이들을 조금 단단하게 만들어준다고 믿고 싶습니다.

물론 모든 날이 따뜻하지는 않습니다. 저도 화내고, 지치고, 아이들도 말을 안 듣고, 집안은 엉망일 때가 많아요. 그래도 그 안에서 같이 먹고, 같이 웃고, 같이 버틴 시간이 쌓이면 언젠가 아이들 마음에도 남겠죠.

저는 어릴 때 엄마가 집에 있던 시간이 아직도 제 마음에 남아 있습니다. 그래서 저도 우리 아이들에게 그런 기억을 조금은 남겨주고 싶어요. 아이들을 끼고도는 게 아니라, 아이들 곁에 있어주고 싶었던 마음. 아마 그게 제 진짜 마음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언젠가는 남편도 이 마음을 조금은 알아줬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아이들을 붙잡고만 있으려는 게 아니라, 아이들이 자라는 동안 엄마가 곁에 있었다는 기억을 남겨주고 싶었다는 걸요. 물론 말한다고 다 이해되는 건 아니겠지만, 그래도 제가 왜 이렇게 아이들 시간에 마음을 쓰는지는 한 번쯤 알아줬으면 하는 마음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