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날 받은 한의원 합격 연락, 이제 채용공고 앱 그만 찾아봐도 될것같아요

면접 결과는 5일 정도 뒤에 알려주신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면접을 보고 돌아온 뒤에도 괜히 앞서 기대하지 않으려고 했어요. 아직 며칠이나 남았으니 결과가 나올 때까지는 평소처럼 지내자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결과를 기다리기로 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원장님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그것도 제 생일날이었어요. 합격이라는 말을 듣는 순간도 기뻤지만, 원래 말씀하셨던 날짜보다 일찍 연락한 이유를 듣고 나니 기쁨이 더 크게 느껴졌습니다.
저와 함께 일하고 싶어서 미리 연락을 주셨다고 하시는데, 너무 감사해서 연신 “감사합니다”라는 말만 했던 것 같아요.ㅎㅎ 요즘 제 핸드폰에는 채용 공고 알림이나 처음 보는 번호로 걸려 오는 전화가 많았지만, 그날 받은 전화는 끊고 난 뒤에도 몇 번이나 통화 내용을 떠올려 보게 되는 전화였습니다.
생일날 선물처럼 도착한 합격 소식이기도 했지만, 이제는 정말 한 곳에 마음을 두고 다시 시작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더 감사했어요.
카페에서 시작된 신규 한의원 면접
이번에 면접을 본 곳은 새로 개원을 준비하고 있는 한의원입니다. 부부 원장님이 함께 운영하시고, 365일 진료를 할 예정인 곳이에요. 아직 개원 전이라 한의원 안이 아닌 가까운 카페에서 두 분을 만났습니다.
집에서도 차로 30분 내외라 아주 먼 거리는 아니었어요. 이동에 대한 부담은 크지 않았지만, 면접을 앞두고 있으니 긴장이 되는 건 어쩔 수 없었습니다. 한의원 경력이 전혀 없는 것도 아니고 환자 응대와 예약 관리, 치료실 업무도 해봤지만, 한동안 다른 일을 했던 만큼 다시 한의원으로 돌아가는 일이 가볍게 느껴지지는 않았어요.
최근에는 면접을 준비할 때마다 예상 질문을 적어놓고 혼자 답을 맞춰보곤 했습니다. 왜 다시 한의원에 지원했는지, 이전 직장은 왜 그만두었는지, 환자가 불편을 이야기하면 어떻게 응대할 것인지 같은 질문들이었어요. 이번에도 나름대로 생각을 정리해 카페로 갔는데, 실제 면접은 제가 예상했던 모습과 조금 달랐습니다.
두 분 원장님은 자리에 앉자마자 질문을 시작하지 않으셨어요. A4 용지에 면접 질문을 미리 출력해 오셨고, 면접을 시작하기 전에 한 번 천천히 읽어보라고 하셨습니다. 질문을 확인하고 어떤 이야기를 할지 생각을 정리할 시간을 먼저 주신 거예요.
보통 면접에서는 어떤 질문이 나올지 몰라 긴장한 채 기다리게 되는데, 질문지를 먼저 읽어보라는 말을 듣는 순간 마음이 조금 편해졌습니다. 지원자가 얼마나 빠르게 답하는지를 보려는 자리가 아니라, 제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를 제대로 들어보려는 자리처럼 느껴졌거든요.
준비한 답보다 실제로 겪었던 일을 말했습니다
질문지를 읽으며 미리 준비했던 답을 떠올려 보기는 했지만, 막상 대화를 시작하고 나서는 외워 온 문장을 그대로 말하지 않았습니다. 예전에 비슷한 상황에서 제가 어떻게 행동했는지, 환자나 고객을 응대하면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를 하나씩 예로 들어 설명했어요.
답변을 그럴듯하게 만들어 말하기보다 실제로 겪었던 일을 이야기하는 편이 저에게도 훨씬 편했습니다. 병원에서 환자와 보호자를 응대했던 일, 스크린골프장에서 예약과 매장을 관리하며 여러 사람을 만났던 일, 보험 상담을 하며 상대방의 이야기를 듣고 설명했던 경험까지 제가 해온 일들은 완전히 따로 떨어져 있지 않았어요.
근무한 장소와 맡았던 업무는 달랐어도 사람의 말을 먼저 듣고, 무엇이 불편한지 살피고, 필요한 내용을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야 한다는 점은 비슷했습니다. 원장님들이 제 답변 중 어떤 부분을 가장 좋게 보셨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어요. 다만 준비한 모범답안보다 실제 경험을 꺼내 이야기한 부분을 편안하게 들어주셨다는 느낌은 받았습니다.
질문과 답변만 오간 것도 아니었습니다. 앞으로 한의원을 어떤 방향으로 만들어가고 싶은지, 환자들이 편하게 찾아올 수 있는 곳이 되려면 직원들과 어떻게 소통해야 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도 함께 나눴어요.
아직 합격이 결정된 것도 아닌데, 단순한 지원자가 아니라 앞으로 같이 일할 사람에게 설명하듯 이야기해 주셨습니다. 두 분 모두 첫인상부터 인자해 보였는데, 대화를 나눌수록 직원의 이야기도 편하게 들어주실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면접이라기보다 새로 문을 열 한의원의 앞으로를 함께 이야기한 시간에 조금 더 가까웠습니다.
면접을 마치고 나서는 조심스럽게 기대가 생겼어요. 그러면서도 결과는 아직 모르는 일이니 너무 앞서 생각하지 말자고 마음을 눌렀습니다. 혼자 출근하는 모습까지 상상했다가 다시 채용 공고를 찾아야 한다면 실망이 더 클 것 같았거든요.
다시 공고를 찾아야 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습니다
스크린골프장에서 하던 일이 끝난 뒤부터 마음이 계속 한곳에 머물지 못했습니다. 오랫동안 해온 병원 경력이 있었지만 다시 병원으로 갈지, 조금 다른 일을 시작해 볼지 결정하기가 쉽지 않았어요. 보험 일도 안정적인 수입으로 이어지지 않았고, 계속 붙잡고 있기에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부분이 많았습니다.
구직 앱을 열어 가까운 곳부터 하나씩 살펴봤습니다. 근무시간이 괜찮으면 거리가 멀었고, 집과 가까우면 주말 근무가 걸렸어요. 급여가 괜찮아 보여 자세히 읽어보면 제가 생각했던 업무와 전혀 다른 일도 있었습니다.
지원을 해놓고도 근무 조건 때문에 고민했고, 면접 연락을 받고 나서도 아이들 저녁 시간이나 출퇴근 거리를 생각하며 망설인 적이 많았어요. 면접을 보고 돌아와서도 이곳이 정말 제가 오래 다닐 수 있는 곳인지 판단이 서지 않을 때가 있었습니다.
그러는 사이 쿠팡 고객센터 재택근무에도 지원했습니다. 면접을 통과한 뒤 교육을 앞두고 상담 내용을 공부해야겠다고 마음을 정했고, 혹시 잘되지 않을 경우를 생각해 물류센터 공고까지 살펴봤어요.
물론 몸을 많이 쓰거나 힘든 일을 하는 것이 부끄러운 일은 아닙니다. 당장 해야 한다면 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다만 제가 해온 병원 경력과 환자 응대 경험을 다시 제대로 활용할 기회가 생기지 않을까 하는 아쉬움은 계속 남아 있었습니다.
하루에도 몇 번씩 채용 앱을 열어 근무시간과 급여, 거리부터 확인했습니다. 새로운 공고가 올라오면 기대하며 들어갔다가 조건을 읽고 다시 화면을 닫는 일이 반복됐어요.
처음에는 일자리를 찾는 당연한 과정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그 시간이 길어질수록 마음이 조금씩 작아졌어요. 어디든 저를 받아주는 곳을 찾아야 할 것 같다가도, 막상 지원하려면 오래 다닐 수 있는 곳이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번 한의원 면접을 보고 온 뒤에도 결과가 좋지 않으면 다시 공고를 찾아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결과를 5일 뒤에 알려주신다고 했으니 그때까지는 기대하지 말고, 다음 선택지도 계속 생각해둬야 한다고 마음먹었습니다.
그래서 이번 합격은 단순히 면접을 본 한 곳에 붙었다는 의미로만 느껴지지 않았어요. 쿠팡 교육과 물류센터, 또 다른 채용 공고 사이에서 계속 다음 선택지를 찾지 않아도 된다는 안도감이 컸던 것 같습니다.
5일 뒤라던 결과가 생일날 먼저 왔습니다
면접을 보고 온 뒤에는 기대하면서도 평소처럼 하루를 보냈습니다. 원래 결과를 알려주시기로 한 날까지는 아직 며칠이나 남아 있었기 때문에 먼저 연락이 올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어요.
그런데 제 생일날 원장님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합격이라는 말을 듣는 순간 기뻤지만, 통화 중에는 그 마음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했어요. 예상하지 못한 연락이기도 했고 너무 기쁘면 오히려 바로 말이 나오지 않을 때가 있잖아요.
저와 함께 일하고 싶어서 원래 말씀드린 날보다 먼저 연락을 드렸다는 말씀을 듣고는 그저 감사하다는 말만 반복했던 것 같습니다. 전화를 끊고 나서야 생일날 선물을 받은 것처럼 기쁘고 감사하다는 말을 제대로 전하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조금 뒤에 따로 문자를 드렸습니다.
구직 기간에는 제가 일을 선택한다기보다 누군가에게 선택받기 위해 계속 준비해야 한다는 기분이 들 때가 많았어요. 그런데 이번에는 제가 해온 일과 살아오며 겪었던 경험을 있는 그대로 이야기했고, 그 모습을 보고 함께하자고 말해주셨다는 사실이 감사했습니다.
완벽하게 답해서 합격한 것도 아니고 누구보다 뛰어난 모습을 보여드렸다고 생각하지도 않습니다. 다만 그동안 제가 해온 일이 쓸모없는 시간이 아니었다는 것을 누군가 알아봐 준 것 같아 마음이 놓였어요.
첫 출근 전까지 생긴 감사한 시간
아직 한의원이 개원 전이라 당장 출근하는 것은 아닙니다. 첫 출근까지는 조금 시간이 남아 있어요. 예전 같으면 합격했으니 빨리 일을 시작하고 돈을 벌어야 한다는 생각부터 했을 것 같습니다.
지금도 현실적인 걱정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번에는 일을 시작하기 전에 생긴 시간이 감사하게 느껴집니다. 그동안 공고를 찾고 면접을 준비하며 마음이 많이 지쳐 있었어요. 이제 며칠이라도 채용 앱을 계속 들여다보지 않고 저를 조금 챙기고 싶습니다.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면서 집안일도 정리하고, 출근하면 필요한 것들도 천천히 준비해 보려고 해요. 일을 시작하면 새로운 업무와 근무 방식에 적응하느라 지금처럼 여유롭게 시간을 보내기는 어려울 테니까요.
합격했다고 해서 모든 걱정이 끝난 것은 아닙니다. 365일 진료하는 신규 한의원인 만큼 처음에는 예상하지 못한 일도 많을 것이고, 새로 만나는 직원들과 호흡을 맞춰가는 과정도 필요할 거예요.
그래도 이번에는 혼자 버티는 마음으로 시작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면접 때 원장님들과 한의원이 나아갈 방향을 이야기했던 것처럼, 궁금한 것은 묻고 필요한 것은 서로 이야기하면서 오래 함께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며칠 전까지만 해도 다음에는 어느 공고에 지원해야 할지, 어떤 일을 또 알아봐야 할지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결과를 알려주신다는 5일이 지나기도 전에 이제는 첫 출근을 어떻게 준비할지를 생각하게 됐어요.
아직 시작하지도 않았는데 너무 앞서 기대하지는 않으려고 합니다. 출근하기 전까지는 아이들과 조금 더 시간을 보내고, 그동안 지쳐 있던 저도 잘 챙겨두고 싶어요. 이번에는 급하게 떠밀려 들어가는 일이 아니라 마음을 가다듬고 준비해서 시작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감사한 요즘입니다.
그러니 이제는 채용 앱, 정말 삭제해도 되겠죠?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