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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나도 갈래.”
아이가 태권도 캠프 이야기를 꺼냈을 때 처음에는 조금 놀랐습니다. 1년 전만 해도 태권도장에서 가는 수영장도 무섭다고 안 가려고 했던 아이였거든요. 물놀이도 낯선 곳도 겁이 많아서, 저는 이번에도 당연히 안 간다고 할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4학년이 되고 친구들과도 많이 친해지더니 이번에는 자기도 가고 싶다고 하더라고요. 친구들도 다 가고, 처음이니까 한번 가보고 싶다고 말하는데 그 말이 왜 그렇게 기특했는지 모르겠습니다. 맨날 엄마 껌딱지 같던 아이가 조금씩 자기 세상으로 걸어 나가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방학이 되면 아이들은 신나지만 엄마 마음은 오히려 바빠지는 것 같습니다. 밥도 챙겨야 하고, 학원 일정도 봐야 하고, 하루 종일 집에 있는 아이들까지 신경 써야 하니까요. 그런 와중에 태권도 캠프는 아이에게도 새로운 경험이고, 저에게도 처음으로 아이를 떨어뜨려 보내는 연습 같은 일이었습니다.

처음 보내는 캠프라 더 신경 쓰였습니다
큰아이처럼 옷을 한꺼번에 넣어놔도 알아서 챙겨 입는 아이라면 걱정이 덜했을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둘째는 집에서도 유명한 덜렁이입니다. 알아서 챙겨 입는 아이라면 걱정이 덜했을 텐데 양말 하나도 어디에 뒀는지 찾고, 물건을 챙겼다고 해놓고 막상 보면 빠진 게 있는 아이입니다.
그래서 이번 캠프 준비는 그냥 가방에 넣는 식으로 하지 않았습니다. 속옷, 티셔츠, 바지를 하루치씩 묶어서 비닐봉지에 따로 담았습니다. 아이가 가방을 열었을 때 “이건 오늘 입는 옷” 하고 바로 알 수 있게 해두고 싶었습니다.
기본 준비물은 여벌옷, 수영복, 수건, 세면도구였습니다. 농촌체험이 있는 캠프라 벌레가 많을 수 있다고 해서 모기기피제와 선크림도 챙겼습니다. 안내장에도 벌레가 많을 수 있으니 이런 환경에 예민한 부모님은 신청을 신중히 해달라는 문구가 있었습니다. 그 문구를 보니 괜히 웃기면서도, 아 진짜 야외 활동이 많겠구나 싶더라고요.
이름스티커는 꼭 붙였습니다
제가 제일 신경 쓴 건 이름스티커였습니다. 옷, 수건, 신발, 세면도구, 물놀이용품까지 아이 물건에는 가능한 한 이름을 다 붙였습니다. 캠프에 가면 같은 또래 아이들이 비슷한 물건을 많이 가져오니까, 잃어버리지 않게 표시해 두는 게 마음이 편했습니다.
특히 여름에는 물놀이가 있어서 일반 스티커보다 방수 이름스티커가 유용했습니다. 수영복이나 물총, 세면도구처럼 물에 닿는 물건이 많기 때문입니다. 아이가 꼼꼼한 편이 아니라면 이름표는 조금 과하다 싶을 정도로 붙여두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쳤을 때 붙일 수 있는 방수 밴드도 챙겼습니다. 배가 아플 때 먹는 1회용 스틱형 백초시럽도 아이가 먼저 넣어달라고 해서 같이 챙겼습니다. 다만 개인약은 아이 가방에만 넣어두기보다, 선생님이나 관장님께 따로 말씀드리는 게 마음이 더 놓일 것 같습니다.
물놀이 준비물은 아이가 제일 좋아했습니다
물놀이가 있다 보니 아이가 가장 신나 한 건 물총이었습니다. 대용량 물총을 미리 사줬는데, 캠프 가기도 전에 목욕할 때마다 30분씩 혼자 가지고 놀더라고요. 캠프 준비물이라기보다 이미 집에서부터 캠프 분위기가 시작된 느낌이었습니다.
수영복과 여벌옷을 챙길 때는 젖은 옷을 담을 비닐봉지도 같이 넣었습니다. 물놀이 후 젖은 옷과 마른 옷이 섞이면 아이도 헷갈리고 가방도 금방 지저분해집니다. 그래서 저는 마른 옷 묶음과 젖은 옷을 넣을 봉지를 따로 구분해서 넣었습니다.
선크림도 아이가 혼자 바르기 쉬운 제품으로 챙기는 게 좋겠더라고요. 얼굴이나 팔은 잘 바르지만 목 뒤나 귀 주변은 놓치기 쉬우니까, 출발 전에 한 번 더 말해줬습니다. 엄마가 같이 가는 캠프가 아니니까 결국 아이가 스스로 할 수 있게 준비해 주는 게 제일 중요했습니다.
체험이 많아서 더 기대됐습니다
이번 캠프는 단순히 숙소에 가서 노는 일정만 있는 게 아니었습니다. 수박 따기 체험, 고추장 만들기, 물놀이, 물고기 잡기 같은 활동이 준비되어 있었습니다. 아이가 집에서는 쉽게 해 보기 어려운 것들이라 더 기대가 됐습니다.
먹거리도 생각보다 잘 준비되어 있었습니다. 토요일에 도착해서 점심, 저녁, 간식이 있고 다음날 아침과 점심까지 준비된다고 했습니다. 아이가 잘 먹을까 걱정했는데, 일정표를 보니 걱정은 덜 되었습니다.
물론 엄마 마음은 그래도 걱정이 남잖아요. 잘 때 이불은 제대로 덮을까, 친구들과 싸우지는 않을까, 벌레 때문에 힘들어하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이 계속 들었습니다. 그래도 아이가 먼저 가고 싶다고 말한 캠프였기 때문에, 이번에는 걱정보다 응원을 더 많이 해주고 싶었습니다.

집 앞까지 데리러 와주신 날
출발하는 날, 감사하게도 태권도 관장님이 집 앞까지 아이를 데리러 와주셨습니다. 큰아이 때도 학원과 캠프를 여러 번 보내봤지만 집 앞까지 데리러 와주시는 경우는 처음이었습니다. 너무 감사해서 커피 한 잔을 사서 드렸습니다.
아이를 인사시키고 보내는데 마음이 이상하게 뭉클했어요. 평소에는 엄마 옆에 붙어 있던 아이가 가방을 메고 씩씩하게 나가는 모습이 낯설면서도 기특했죠. “나도 갈래”라고 말하던 순간부터 이미 아이 마음은 캠프로 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날은 둘째가 캠프를 떠나는 날이면서, 첫째가 전날 갔던 리더십 캠프에서 돌아오는 날이기도 했습니다. 둘이 같은 날 모두 집을 비웠다면 집이 너무 조용해서 제가 더 허전했을 것 같습니다. 하나가 가고 하나가 오니 그나마 마음이 덜 허전했습니다.

사진 속 아이는 얼마나 신나는지 감도 안 옴
캠프 중간중간 관장님이 사진과 동영상을 보내주셨습니다. 사진 속 아이는 제가 걱정했던 것보다 훨씬 신나 보였습니다. 아니, 그냥 신난 정도가 아니라 얼마나 신나는지 감도 안 옴. 요즘 말로 딱 그 표현이 맞더라고요.
물놀이를 하고, 친구들과 웃고, 체험을 하는 모습을 보는데 제가 괜히 걱정을 많이 했구나 싶었습니다. 저러다 내일 몸살 나는 거 아닌가 싶을 만큼 에너지를 다 쓰고 있었습니다. 그래도 그 얼굴을 보니 마음이 놓였습니다. 엄마 없이도 자기 시간을 잘 보내고 있다는 게 보였습니다.
아이를 키우다 보면 이런 순간이 있습니다. 늘 손이 가고, 늘 걱정되던 아이가 어느 날 갑자기 한 뼘 커 보이는 순간이요. 이번 태권도 캠프가 저에게는 그런 날이었습니다.
그렇게 챙겨도 잃어버리는 건 있더라고요
사실 저는 나름 꼼꼼하게 챙겼다고 생각했습니다. 옷도 하루치씩 묶어두고, 이름스티커도 붙이고, 젖은 옷 넣을 봉지도 챙기고, 혹시 몰라 방수 밴드와 배 아플 때 먹는 것도 넣어줬으니까요. 이 정도면 됐다 싶었습니다.
그런데 캠프에서 돌아온 아이의 가방을 열어보니 역시 현실은 달랐습니다. 입고 갔던 티셔츠와 물안경은 사라지고 없었습니다. 그렇게 이름을 붙이고 챙겨줬는데도 결국 잃어버리고 온 겁니다. 속으로는 “아이고, 그럴 줄 알았다” 싶으면서도 웃음이 났습니다.
그래도 이상하게 화가 크게 나지는 않았습니다. 잃어버린 물건보다 아이가 무사히 다녀온 게 더 컸고, 사진 속에서 신나게 웃던 얼굴이 먼저 떠올랐기 때문입니다. 캠프 준비물은 엄마가 챙길 수 있지만, 캠프에서의 하루는 결국 아이가 자기 방식대로 보내고 오는 거더라고요.
다음에 또 보낸다면 챙길 것들
다음에 다시 캠프를 보낸다면 준비물은 더 단순하게, 하지만 표시와 구분은 더 확실하게 할 것 같습니다. 하루치 옷은 세트로 묶고, 젖은 옷을 넣을 봉지는 따로 챙기고, 이름스티커는 물건마다 붙여둘 생각입니다. 아이가 혼자 찾고 정리하기 쉬운 방식이 엄마 마음도 편하게 해 줬습니다.
모기기피제, 선크림, 방수 밴드처럼 현장에서 바로 필요한 물건도 챙겨두면 좋았습니다. 농촌체험이나 물놀이가 있는 캠프라면 벌레, 햇빛, 젖은 옷까지 생각해야 하더라고요. 안내장에 적힌 준비물만 보는 것보다, 아이가 실제로 하루를 어떻게 보낼지 상상하면서 챙기면 빠지는 게 줄어듭니다.
그리고 잃어버리면 속상한 물건은 되도록 비싼 것보다 편하게 쓸 수 있는 것으로 보내는 게 낫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이름스티커를 붙여도 아이들이 정신없이 놀다 보면 물건은 충분히 사라질 수 있더라고요. 특히 물안경, 수건, 물총 같은 물놀이용품은 여분이 있거나 잃어버려도 덜 아까운 것으로 보내는 게 마음 편합니다.
아이의 첫 캠프를 보내고
처음에는 준비물 하나하나가 다 걱정이었습니다. 수건은 부족하지 않을까, 옷은 제대로 갈아입을까, 밥은 잘 먹을까, 밤에 엄마 찾지는 않을까 싶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보내고 나니 아이는 제 걱정보다 훨씬 씩씩했습니다.
태권도 캠프는 단순히 하루 놀러 가는 일정이 아니었습니다. 아이에게는 친구들과 함께하는 첫 여행이었고, 저에게는 아이를 조금 믿어보는 시간이었습니다. 1년 전만 해도 수영장도 무섭다던 아이가 이제는 친구들과 캠프를 가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나도 갈래.” 그 짧은 말이 이번 캠프의 시작이었습니다. 입고 간 티셔츠와 물안경은 잃어버리고 왔지만, 아이는 잃어버린 것보다 훨씬 큰 경험을 가지고 돌아온 것 같습니다. 엄마가 걱정하는 동안 아이는 자기만의 작은 용기를 만들고 있었던 거겠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