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산직 면접을 보고 왔어요. 결과부터 말하면 떨어졌습니다. ㅎㅎ
사실 면접을 보기 전부터 마음이 아주 편한 건 아니었어요. 생산직을 낮게 보는 마음은 전혀 아니구요. 정해진 시간 동안 반복되는 일을 해내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고, 몸으로 버티는 일은 더더욱 아무나 하는 일이 아니니까요. 다만 제가 해보지 않은 분야라 그런지, 지원 버튼을 누르면서도 마음 한쪽이 계속 불안했습니다.
병원, 한의원, 어린이집, 고객응대처럼 사람을 상대하는 일은 그래도 어느 정도 그림이 그려지는데 생산직은 저한테 조금 다른 세계처럼 느껴졌어요. 내가 그 안에서 잘 버틸 수 있을까, 분위기에 적응할 수 있을까, 괜히 며칠 나가고 못 하겠다고 하게 되는 건 아닐까. 지원도 하기 전에 이미 머릿속으로 출근했다가 퇴사까지 한 기분이었습니다.
그 전날 있었던 도급업체 연락부터 마음이 찜찜했어요
사실 며칠 전에도 집 근처 생산직 공고를 본 적이 있었어요. 같은 동네에 있는 기업 공고였는데, 도급업체에서 올린 공고였습니다. 공고 이미지는 정말 깔끔했어요. 요즘은 AI로도 이미지를 잘 만드는 건지, 사진만 보면 엄청 편하고 단정한 환경에서 일하는 것처럼 보이더라고요. 저도 그 이미지에 살짝 혹해서 지원을 했습니다.
그런데 전화가 와서는 당장 오늘 면접을 봐야 한다는 거예요. 저도 제 일정이 있는데 그날 바로 움직이기는 어렵잖아요. 그래서 오늘은 어렵고 내일은 가능하다고 말씀드렸더니 다시 전화하겠다고 하고 끊으셨어요. 뭔가 찜찜해서 제가 문자를 드렸습니다. 내일 연락을 제가 드리면 되는 건지, 아니면 기다리면 되는 건지 물어봤어요.
그런데 답장이 “다른 데 알아보세요”였어요. 순간 뭐 이런 곳이 다 있나 싶었습니다. ㅎㅎ 회사 자체가 문제라기보다 그 기업을 담당하는 도급업체와 첫 느낌이 너무 안 좋았어요. 더 솔직히 말하면 그 업체가 그렇게 좋은 이미지가 아니라는 이야기도 전에 들은 적이 있었거든요.
그러고 일주일쯤 지났나, 갑자기 부재중 전화가 연달아 두 통이나 와 있었습니다. 아마 그쪽에서 급했던 것 같은데 저는 그때 알바 중이라 못 받았고, 그 뒤로는 또 연락이 없었어요. 사람이 예의라는 게 있잖아요. 처음부터 그런 식이면 가기도 전에 마음이 닫히더라고요. 일이 힘든 것보다 이런 과정에서 마음 상하는 게 저는 더 싫을 때가 있습니다.
납땜가능하겠냐는 질문에 살짝 당황했어요.
그러다 다시 다른 생산직 공고를 봤어요. 이번에도 집 근처였고, 역시 도급업체 공고였습니다. 조건만 보면 꽤 괜찮아 보였어요. 집에서 가깝고, 주말근무 없고, 공휴일 쉬고, 밥도 나오고, 시간 외 근무는 수당으로 쳐준다고 했습니다. 요즘은 월급만 보는 게 아니라 실제로 남는 시간과 돈까지 같이 보게 되다 보니, 가까운 곳이라는 건 분명 큰 장점이었어요.
그런데 전화로 조심스럽게 말씀하시더라고요. 납땜을 해야 하는데 가능하냐고요. 하루 종일 하는 업무인 것 같았습니다. 면접을 볼 때마다 느끼는 건데, 생산직 안에서도 납땜은 다들 조금 조심스럽게 물어보시는 것 같아요. 아마 사람들이 쉽게 하겠다고 하지 않는 업무인가 보다 싶었습니다.
저도 그 말을 듣는 순간 잠깐 망설였어. 납땜을 못 한다고 단정할 일은 아니지만, 하루 종일 같은 작업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살짝 겁이 났습니다. 손이 빠르고 꼼꼼해야 할 것 같고, 집중력도 계속 필요할 것 같고요. 공고만 봤을 때는 집 근처라는 장점이 크게 보였는데, 막상 구체적인 업무 이야기를 들으니 “아, 여기도 마냥 편한 일은 아니구나” 싶었어요.
요
그리고 도급업체라는 점도 계속 마음에 남았습니다. 원청 회사에 일이 줄거나 인원 감축 이야기가 나오면 도급 쪽이 먼저 영향을 받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가 너무 앞서 걱정하는 걸 수도 있지만, 이 나이가 되니 일을 시작하기 전부터 이런 안정성도 보게 됩니다. 들어가는 것도 어렵지만, 들어가서 오래 버티는 것도 중요하니까요.
예전에 들었던 말이 자꾸 생각났어요
생산직 이야기를 들으면 예전에 들었던 말이 자꾸 생각나요. 어린이집에서 근무할 때 차량을 해주시는 선생님이 계셨는데, 그분이 공장 노선버스 운행도 같이 하셨어요. 아침 출근길에 버스 안에서 있었던 이야기를 가끔 해주셨는데, 공장 안에도 나름의 분위기나 서열 같은 게 있다고 하시더라고요.
편한 자리는 오래 근무한 사람이나 힘 있는 사람들이 앉고, 제일 늦게 들어오거나 힘없는 사람은 앉아서 가기도 어렵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어요. 그때 그 선생님이 저한테 “선생님 같은 사람은 그런 데 가면 하루 만에 울고 나올 거예요”라고 하셨는데, 이상하게 그 말이 아직도 기억에 남아 있습니다.
물론 모든 곳이 그렇다는 뜻은 아니에요. 이건 꼭 적고 싶습니다. 생산직을 비하하려는 마음도 전혀 없고, 공장만 특별히 힘든 곳이라고 말하려는 것도 아니에요. 병원에도 태움이라는 말이 있듯이 어느 직장이든 힘든 분위기나 텃세는 있을 수 있잖아요. 오히려 제가 경험해보지 않은 곳이라 더 크게 겁을 먹었던 것 같습니다.
누가 그런 말을 하더라고요. 자기 회사에 텃세가 있다 없다를 남이 딱 잘라 말할 수는 없다고요. 결국 본인이 들어가서 느껴봐야 아는 거라고 했어요. 그 말이 맞는 것 같았습니다. 남들이 힘들다고 해도 나는 의외로 버틸 수 있고, 남들이 괜찮다고 해도 나는 못 버틸 수 있는 거니까요. 그런데 막상 제가 그 안으로 들어간다고 생각하니 불안한 건 어쩔 수 없었어요.
그래도 일단 가보자는 마음이 생겼어요
면접을 보러 가기 전까지도 생각이 많았어요. 납땜을 하루 종일 할 수 있을까. 생산직 분위기에 적응할 수 있을까. 도급업체 소속이면 괜찮을까. 혹시 들어갔다가 며칠 만에 못 하겠다고 나오게 되는 건 아닐까. 마음속에서는 이미 여러 번 망설였습니다.
그러다 어디선가 이런 문장을 봤어요. “일단 시작해라. 안 죽는다. 죽을 것 같지? 안 죽는다.” ㅎㅎ 그 문장이 이상하게 웃기면서도 마음에 남았습니다. 생각해 보면 저도 지금 다들 말리던 물류센터 알바를 하고 있잖아요. 주변에서는 “네가 어떻게 물류센터를 가?” 하는 이야기도 들었는데, 막상 가보니 죽지는 않았어요. 힘들긴 해도 하루하루 해내고 있었습니다.
그걸 떠올리니 마음이 조금 진정됐어요. 내가 가보지도 않고 머릿속에서만 무섭다고 결론 내리고 있는 건 아닐까 싶었거든요. 물론 시작한다고 다 되는 건 아니지만, 적어도 직접 보고 판단해도 늦지는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결국 면접을 보고 왔어요.
면접에서는 제가 부담스럽다고 하셨어요
면접을 보면서 느꼈어요. 제 경력이 오히려 부담스럽게 보일 수도 있구나 하고요. 병원에서 일하다가 여기서 적응할 수 있겠냐고 하셨어요. 며칠 일하다가 다시 병원 쪽으로 가실 것 같다는 말씀도 하셨고요. “하던 일 하시는 게 낫지 않겠냐”는 분위기였습니다.
그 자리에서 제가 “아닙니다. 정말 열심히 하겠습니다. 오래 다니고 싶습니다”라고 적극적으로 말했어야 했을 수도 있어요. 그런데 이상하게 그 말이 쉽게 나오지 않았습니다. 저도 제 안에서 확신이 없었던 거겠죠. 하고 싶다는 마음보다 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더 컸던 것 같아요.
면접 보신 분도 생산직 일이 쉬운 곳은 아니라고 하셨어요. 텃세가 아예 없는 것도 아니고, 적응이 쉽지 않을 수 있다고 말리시더라고요. 기분이 나쁘다기보다는 현실적으로 들렸습니다. 공고에는 단정하게 적혀 있지만, 실제 일은 그렇게 예쁘게만 굴러가지 않는다는 걸 그분도 알고 말씀하시는 것 같았어요.
결과는 떨어졌습니다. 어쩌면 예상했던 결과였을 수도 있어요. 제가 적극적으로 보이지 않았을 수도 있고, 그쪽에서도 제가 금방 그만둘 사람처럼 보였을 수도 있고요. 속상하긴 했지만 이상하게 완전히 무너지지는 않았습니다. 그래도 면접을 보고 왔다는 생각은 남았어요.
이번 생산직 면접에서는 떨어졌는데 또 공고를 검색하고 있어요
돌아오는 길에 마음이 조금 가벼웠어요. 붙지 않았는데도 이상하게 그랬습니다. 머릿속으로만 무서워하던 곳을 실제로 가보고 온 것만으로도 조금은 정리가 된 기분이었어요. 그런데 집에 와서 쉬려고 했는데, 어느 순간 또 공고를 뒤지고 있는 제가 있더라고요.
그 모습이 조금 짜증났어요. 떨어졌으면 잠깐 쉬어도 되는데, 마음은 또 불안해서 다음 자리를 찾고 있었어요. 이게 지금 제 현실인가 싶었습니다. 일을 해야 하니까 멈출 수는 없고, 그렇다고 아무 곳이나 덥석 들어가기도 겁이 나고요. 나이가 들수록 선택이 더 쉬워질 줄 알았는데, 오히려 계산할 게 더 많아진 것 같습니다.
그래도 이번 면접으로 하나는 알았어요. 막연히 무서워하는 것보다 직접 가보는 게 낫다는 것. 그리고 떨어졌다고 해서 내가 못난 사람이라는 뜻은 아니라는 것. 그 자리와 내가 안 맞았을 수도 있고, 상대가 부담스럽게 봤을 수도 있고, 그냥 인연이 아니었을 수도 있겠죠.
요즘 취업성공기를 적는 분들이 많던데, 저는 아직 성공기는 아니에요. 오히려 떨어지고, 망설이고, 다시 공고를 뒤지는 과정에 더 가깝습니다. 그래도 제가 취업하고 어느 정도 안정적으로 근무할 때까지 이 과정을 한 번 쭉 적어보려고요. 나중에 돌아봤을 때 “그때 참 많이 흔들렸구나” 하고 볼 수도 있을 것 같고, 혹시 저처럼 다시 일을 찾는 분이 있다면 조금은 공감할 수도 있을 것 같아서요.
오늘도 정답은 못 찾았어요. 그래도 면접 하나는 보고 왔습니다. 떨어졌지만요. ㅎㅎ 아무것도 안 한 날은 아니었다고 생각하려고요. 다시 공고를 뒤지고 있는 제 모습이 조금 짜증 나긴 하지만, 어쨌든 저는 아직 포기한 건 아닌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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