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생활하다 보니 기록

고2 딸을 보며 엄마인 저도 다시 힘을 냈어요

by livingnote-kr 2026. 7. 16.

우리 딸은 고2입니다. 둘째랑 나이 차이가 좀 나는 편이에요. 둘째는 아직 해맑고 정신없는 초등학생 아들이고, 딸은 어느새 대학 이야기를 하고 자기 진로를 생각하는 나이가 되었습니다. 가끔 둘을 같이 보고 있으면 한쪽은 아직 챙겨줘야 할 게 많고, 한쪽은 벌써 제 앞가림을 너무 잘하고 있어서 신기할 때가 있어요.

딸아이는 지금까지 학원을 거의 다니지 않았습니다. 어릴 때 피아노 학원 다녔고, 영어 학원도 초등학교 4학년부터 2년 정도 다닌 게 전부예요. 그 뒤로는 학원 없이 집에서 공부했습니다. 수학을 많이 어려워하긴 하지만, 그래도 학원은 자기랑 맞지 않는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지금도 머리 싸매고 집에서 EBS 보면서 공부하고 있습니다.

엄마 마음으로는 가끔 답답할 때도 있어요. 학원에 보내면 조금 덜 힘들지 않을까, 누가 옆에서 잡아주면 낫지 않을까 싶을 때도 있거든요. 그런데 아이는 자기 방식이 있는 것 같아요. 힘들어도 집에서 해보겠다고 하고, 모르는 건 찾아보고, 다시 풀고, 또 붙잡고 있습니다. 그 모습을 보면 기특하다가도 한편으로는 너무 안쓰러워요.

학원 없이도 자기 방식대로 해온 아이

딸아이는 늘 상위권이었습니다. 공부만 그런 게 아니라 학교생활도 정말 성실하게 챙기는 편이에요. 요즘은 생기부라고 하잖아요. 내신도 중요하지만 수행평가, 발표, 활동 기록 같은 것들도 하나하나 잘 챙겨야 하는데, 딸은 그런 부분을 허투루 넘기지 않으려고 합니다.

엄마가 옆에서 일일이 챙긴 것도 아닌데 스스로 알아서 해온 시간이 많았어요. 어떤 수행평가가 있는지, 어떤 걸 준비해야 하는지, 진로와 연결해서 뭘 하면 좋을지 나름대로 생각하고 움직입니다. 저는 가끔 옆에서 보면서 “이걸 네가 다 알아서 챙긴다고?” 싶을 때가 있어요. 내 딸이지만 정말 야무진 아이입니다.

이번 중간고사 준비하는 걸 보는데 마음이 좀 그랬어요. 원래도 체력이 그렇게 좋은 편은 아닌데, 시험 기간이 되면 신경이 예민해져서 잘 먹지도 못합니다. 가끔 에너지음료를 마시기도 하고요. 엄마 입장에서는 너무 걱정되죠. “그거 자꾸 마시지 마라, 밥 좀 먹어라” 하고 말하고 싶은데, 잔소리를 시작하면 아이랑 또 부딪힐 것 같아서 참고 있습니다.

대신 간식거리를 챙겨주고, 아이가 방에서 나와 말을 걸면 열심히 맞장구쳐주려고 해요. 시험 이야기든, 친구 이야기든, 공부하다가 힘든 이야기든 아이가 먼저 말을 꺼내면 최대한 들어주려고 합니다. 공부하느라 예민한 아이에게 제가 해줄 수 있는 게 많지 않더라고요. 밥 챙겨주고, 간식 챙겨주고, 말 걸 때 들어주는 것. 그 정도라도 해주고 싶습니다.

연습장만 봐도 얼마나 애쓰는지 보여요

수학 문제집 푸는 걸 보면 정말 대단합니다. 바로 문제집에 푸는 게 아니라 일단 연습장에 한 번 풀어요. 그리고 채점해서 틀린 건 다시 풀고, 시험이 다가올 때쯤에야 문제집에 다시 풉니다. 그냥 대충 푸는 게 아니라 자기 나름대로 순서가 있고 방법이 있어요.

고2 올라와서 쓴 연습장만 해도 벌써 10권이 넘습니다. 그 연습장들을 보면 아이가 얼마나 많이 붙잡고 있었는지 보여요. 글씨가 빽빽하고, 지운 흔적도 많고, 다시 푼 문제도 많습니다. 내 딸이지만 가끔은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솔직히 존경스럽기도 합니다.

한 번 공부하겠다고 앉으면 웬만한 일로는 잘 일어나지도 않아요. 제가 불러도, 동생이 옆에서 시끄럽게 게임을 해도 그냥 공부합니다. 거실에서 우리가 TV를 보고 과일을 먹고 있어도, 딸은 그 옆에서 상 펴놓고 문제를 풀 때가 있어요. 제가 미안해서 TV를 끄려고 하면 괜찮다고 합니다.

그 모습을 보면 “시끄러워서 공부 못 한다”는 말도 어쩌면 핑계일 수 있겠구나 싶을 때가 있어요. 물론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이 아이는 자기 마음이 정해지면 주변 소리보다 자기 공부 쪽으로 들어가는 힘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게 참 신기하고 기특해요.

※ 글의 분위기를 표현하기 위해 제작한 참고 이미지입니다.

딸의 꿈은 간호사입니다

딸아이의 꿈은 간호사가 되는 거예요. 어릴 때부터 제가 병원에서 일하는 모습을 봐와서 그런지, 병원에서 일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하더라고요. 저는 가끔 의아합니다. 주사 맞는 건 그렇게 무서워하면서 왜 하필 병원에서 일하고 싶다는 건지요. ㅎㅎ

그래도 자기 꿈이 확실하다는 건 참 고마운 일입니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스스로 찾아보고, 간호학과 이야기도 하고, 학교생활도 그 방향으로 챙기려고 합니다. 공부도 잘하고, 생기부도 성실하게 챙기고, 자기 할 일도 야무지게 하고, 얼굴도 엄마 눈에는 예쁘게만 보이고요. 내 딸이라서 그런가 싶지만 정말 기특한 아이예요.

가끔은 제가 아이들 복은 있구나 싶습니다. 남편복은 잘 모르겠지만요. ㅋㅋ 그래도 아이들을 보면 힘이 납니다. 제가 식탁에 앉아서 사회복지사 공부를 하고 있으면 딸도 옆에서 공부하고, 둘째는 그 옆에서 게임을 하고 있어요. 조금 시끄럽고 정신없지만, 같은 공간에 있다는 게 저는 좋습니다.

언젠가는 우리 둘째도 우리 옆에서 같이 책이라도 보겠죠. 지금은 게임 소리가 더 많이 들리지만요. 그래도 엄마랑 누나가 공부하는 모습을 옆에서 보고 있으니 언젠가는 그게 아이 마음에도 남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렇게 믿고 싶어요.

딸이 등록금 걱정을 꺼냈던 날

그런데 엊그제 딸아이가 대학 등록금 걱정을 하더라고요. 순간 마음이 덜컥했습니다. 저는 아직 딸이 어린아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아이는 벌써 그런 걱정까지 하고 있었던 거예요.

딸은 제가 요즘 일자리 찾느라 고민도 많아 보이고, 물류센터 알바도 가는 걸 보면서 우리 집이 정말 어려운가 보다 생각했던 것 같아요. 물론 우리 집이 돈이 아주 많은 건 아니지만, 아이가 등록금 걱정을 할 만큼 제가 너무 힘든 모습을 보였나 싶었습니다.

그래서 아니라고 이야기해 줬어요. 엄마가 고민이 많은 건 맞지만, 네가 공부할 길은 엄마가 어떻게든 같이 준비할 거라고요. 너는 지금처럼 열심히 공부하면 된다고 다독여줬습니다. 그런데 말을 하고 나서도 마음이 무거웠어요. 아이가 벌써 이런 걱정을 하고 있었다는 게 미안하기도 했습니다.

부모는 아이 앞에서 아무렇지 않은 척한다고 해도 아이들은 다 느끼나 봐요. 제가 아무리 괜찮다고 말해도, 아이는 제가 요즘 얼마나 흔들리는지 보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더 마음이 아팠어요.

그 말을 듣고 제 고3 때가 생각났어요

딸이 등록금 이야기를 꺼내니까 제 고3 때가 생각났습니다. 그때 우리 집은 정말 많이 힘들었어요. 아빠가 음주운전 사고를 내면서 집이 한순간에 무너졌습니다. 저는 그때 고3이었고, 제 인생에서 정말 중요한 시기였는데 집안 사정이 그렇게 되어버렸어요.

공부를 못했던 것도 아니었습니다. 모의고사에서 반 1등도 했었어요. 그런데 대학은 갈 수 없었습니다. 공부를 못해서가 아니라 돈을 벌어야 했어요. 밑으로 동생이 셋이나 있었고, 막내는 초등학교 5학년쯤이었던 것 같아요. 엄마 혼자 벌어서 집안을 일으키기에는 너무 버거운 상황이었습니다.

그때 저는 정말 많이 울었습니다. 다른 친구들은 다 대학에 가는데 나만 못 가는 것 같았고, 매일 원망도 많이 했어요. 아빠도 미웠고, 상황도 미웠고, 왜 하필 나에게 이런 일이 생겼나 싶었습니다. 그 나이에는 이해보다 원망이 먼저였던 것 같아요.

나중에 나이가 들어서야 알게 된 이야기가 있습니다. 그때 엄마가 친할아버지, 친할머니께 찾아가서 무릎을 꿇고 울면서 사정했다고 하더라고요. 우리 큰딸 학교라도 보내게 돈을 좀 빌려달라고요. 할머니, 할아버지는 저를 정말 사랑하셨지만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하셨대요. 아이가 넷이나 있는데 어쩌려고 하느냐고요.

그 이야기를 나중에 듣고 마음이 참 아팠습니다. 결혼하고 아이를 낳아보니 그때 엄마 마음이 어땠을지 조금은 알 것 같았어요. 자기 자식이 공부를 잘하고 대학에 가고 싶어 하는데, 보내주지 못하는 엄마 마음은 얼마나 찢어졌을까요. 그때의 엄마를 생각하면 지금도 마음이 먹먹합니다.

그래서 딸에게는 그런 마음을 주고 싶지 않아요

저는 고3을 마치고 선생님 추천으로 병원에서 일하게 되었습니다. 그게 계기가 되어 간호조무사 자격증도 따고, 병원 일을 시작하게 되었어요. 지금 생각하면 제 삶은 그때부터 다른 방향으로 흘러간 것 같습니다.

그 시간이 있었기 때문에 지금의 제가 있는 거겠죠. 그래도 딸아이에게는 저와 같은 일을 겪게 하고 싶지 않습니다. 공부를 못해서 못 가는 것도 아니고, 하고 싶은 게 없는 것도 아닌데 집안 사정 때문에 꿈을 접게 만드는 일은 만들고 싶지 않아요.

그래서 요즘 제가 더 열심히 하루를 살아가려고 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일자리도 찾고, 알바도 가고, 새로운 일도 겁내지 않으려고 하고요. 힘들어도 다시 일어나 보려고 합니다. 언젠가는 저에게도 좋은 일이 생길 거라고 믿고 싶어요. 사람은 믿는 대로 이루어진다는 말도 있잖아요.

저는 살면서 어려운 일이 정말 많았습니다. 그래도 이상하게 다시 일어났어요. 넘어져도 또 일어나고, 무서워도 새로운 일을 시작하고, 어떻게든 해내려고 했습니다. 가끔은 저도 제가 신기합니다. 어떻게 이렇게 버텼나 싶어요.

제가 버틴 힘은 엄마의 따뜻한 밥상이었는지도 몰라요

생각해보면 제가 지금까지 버틸 수 있었던 힘 중 하나는 어릴 때 엄마가 차려준 밥상이었던 것 같아요. 힘든 일이 있을 때 이상하게 엄마 밥상이 떠오릅니다. 보글보글 끓던 찌개, 김치 볶은 것, 따뜻하게 데운 두부 같은 것들이요.

대단한 음식이 아니었는데도 그 밥상은 오래 기억에 남아 있습니다. 집이 힘들어도, 마음이 불안해도, 따뜻한 밥을 먹으면 잠깐은 괜찮아지는 느낌이 있었어요. 그때는 몰랐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엄마는 밥으로 우리를 붙잡아주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저는 엄마처럼 음식 솜씨가 대단히 좋은 사람은 아니에요. 그래도 아이들과 따뜻한 저녁을 같이 먹으면서 이야기하고 웃는 시간을 만들고 싶습니다. 거창한 밥상이 아니어도 괜찮다고 생각해요. 아이들이 나중에 힘든 일을 만났을 때, 엄마랑 먹던 따뜻한 저녁 한 끼를 떠올릴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을까 싶어요.

딸이 옆에서 공부하고, 저는 제 공부를 하고, 둘째는 게임을 하고, 밥상 위에는 그냥 평범한 반찬 몇 가지가 올라와 있는 저녁. 어쩌면 그런 시간이 아이들을 조금 단단하게 만들어주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도 그렇게 버텼던 것처럼요.

우리 딸이 마음 놓고 꿈을 꿨으면 좋겠어요

딸이 등록금 걱정을 꺼낸 날, 저는 마음이 많이 무거웠습니다. 기특하기도 했지만 미안함이 더 컸어요. 아직은 엄마가 지켜줘야 할 나이인데, 벌써 엄마 걱정과 집안 걱정을 하고 있었다는 게 마음에 남았습니다.

그래도 저는 딸에게 말해주고 싶어요. 너는 지금처럼 네 꿈을 보고 가면 된다고요. 엄마가 흔들릴 때도 있고, 걱정이 많아 보일 때도 있겠지만, 너까지 그 걱정을 다 짊어지지는 않았으면 좋겠다고요.

물론 현실은 현실입니다. 대학 등록금도 준비해야 하고, 생활비도 필요하고, 앞으로 챙겨야 할 일이 많겠죠. 하지만 적어도 아이가 꿈을 꿀 때 돈 걱정부터 하게 만들고 싶지는 않습니다. 제가 겪었던 마음을 딸에게는 물려주고 싶지 않아요.

오늘도 딸은 책상에 앉아 공부하고 있습니다. 수학 문제 앞에서 머리를 싸매고, 틀린 문제를 다시 풀고, 연습장을 또 넘기고 있겠죠. 그 모습을 보면 마음이 짠하면서도 든든합니다. 이 아이가 이렇게 자기 길을 가려고 애쓰고 있는데, 엄마인 저도 제 자리에서 조금 더 버텨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내 딸이지만 참 멋진 아이입니다. 그리고 고맙습니다. 엄마에게 이런 마음을 갖게 해주는 것도, 엄마가 다시 일어서고 싶게 만드는 것도 결국 아이들인 것 같아요. 우리 딸이 마음 놓고 간호사의 꿈을 꿀 수 있도록, 저도 오늘 하루를 다시 살아보려고 합니다.